너와 나의 애매한 거리
사람 사이의 촘촘한 ‘겹’을 사운드의 앰비언스와 나즈막한 노래로 표현한
Room306의 콘셉트 앨범 [겹]
대중에게 룸306(Room306)은 어떤 팀으로 알려져 있을까. 2015년 영기획의 3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3 Little Wacks]에 수록된 ‘Enlighten Me’ 한 곡으로 갑자기 화제에 오른 팀. 그해 9월 EBS 헬로루키에 선정되더니 다음 해 3월 일렉트로닉 구성과 5인조 밴드 구성으로 두 장으로 구성된 앨범 [at Doors]를 발표한 팀. 같은 해 밀릭(Millic)의 리믹스를 포함한 리믹스 앨범 [at Doors(Remixes)]를 발표하고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른 팀. 2017년, 요즘처럼 디지털 싱글이 쏟아지는 시대에 가끔 하는 라이브 외에는 작업물을 발표하지 않았던 팀. 그러다 2018년 앨범을 미리 맛볼 수 있는 프리뷰 EP [인사]를 발표하고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발표되지 않았던 싱글 [Blue]를 발표한 팀. 온스테이지,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해 드러머가 추가된 4인조 셋으로 라이브를 보여준 뒤 2018년이 끝나가는 지금에서야 다시 ‘인사’를 건네는 팀. 수식어에 재즈, 일렉트로닉, 팝, 누군가에게는 발라드가 함께 붙을 팀. 곡의 전 과정을 작업한 퍼스트 에이드는 지망생부터 현직 프로듀서까지 존경을 보이는 프로듀서이고, 공연 때 곡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반전 멘트를 선보이는 보컬 홍효진, 묵묵히 아무렇지 않게 화려한 프레이즈를 연주하는 키보드 채지수와 어느 순간 나타나 룸306의 라이브에 젊음을 더 해준 드러머 유덕연이 함께 하는 팀.
누군가는 이 중 특정한 순간의 룸306만 기억하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묵묵히 이들이 걸어온 길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 누구라 할지라도 룸306을 규정짓기는 쉽지 않다. 게으른 듯하면서도 부지런하고, 이런 팀이라 생각하는 순간 다른 형태의 음악을 들려주는,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파악하기 어려운 팀. 예나 지금이나 분명한 건 음악을 들으면 어느새 구석으로 치워둔 마음에 동요가 생긴다는 것이다.
룸306의 두 번째 정규 앨범 [겹]은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여기 앉아요. 가져오셨죠. 잘 받았어요. 따스하네요. 안녕히 가세요. 이름 모를 그대”라 노래하는 ‘인사’로 시작한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따스한 무언가를 건네고 헤어지는 이름 모를 그대. 그렇게 시작한 앨범은 ‘잘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 ‘더’ ’간격’을 벌리고 “공허하게 돌아오는 메아리”에서 ‘손뼉’을 기다리다 “문명의 야생” ‘호랑이’를 마주친다. “그대와 주고받았던 모든 것들이 과연 모든 것들이었을까” 질문 후 ‘침묵’하고 ‘(우리는) 소복하게 앉아’ “얼굴도, 겹도 잊었던가, 잊었던가” 다시 질문한다. 그리고 ‘밤이’ 찾아온다. “가자, 집으로” ‘귀향’해야 할 시간이다.
[at Doors]와 [겹]의 눈에 띄는 차이는 영어 가사가 대부분이었던 전작과 다르게 모두 한글로 쓰인 가사다. 구어체지만 문어체에 가까워 보이는 예스러운 가사는 인간 사이의 애매한 거리와 그 사이에 접히고 쌓이는 ’겹’을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사는 미니멀하지만 앰비언스로 가득 채워진 사운드와 서정적이고 담담한 노래로 표현된다. 먹먹하다. 앨범을 듣는 이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싶진 않지만 [겹]은 먹먹하다. 그건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 무수한 관계와 다양한 거리 사이에서 사랑하고 상처받고 고민하며 살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을 마무리하며 [겹]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2019년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존재할 먹먹한 순간마다 부디 [겹]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
-하박국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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