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월간 윤종신] 8월호 스페셜 '떠나'
2018 [월간 윤종신] 8월호 스페셜 ‘떠나’는 2013년 여름 파리바게트의 의뢰로 제작되었던 ‘눈송이 빙수’를 새롭게 재편곡한 곡이다. ‘눈송이 빙수’가 빠르고 시원하고 신나게 달려가는 댄스였다면, ‘떠나’는 살짝 느린 템포 안에서 설렘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시티팝이다. 그 순간의 기분이나 감각을 담는 데 집중했던 이전의 윤종신표 시티팝과는 달리, 이번에는 한곳에 고여 있지 말자는 명확한 메시지를 노래했다. 2015년 8월에 발표되었던 ‘사라진 소녀’ 속 부모가 답가를 만든다면 아마도 이런 내용이 아닐까 싶은,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과감히 떠날 줄 아는 삶을 예찬하는 곡이다. 윤종신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멜로디로 손꼽는 곡이기도 하다.
“우리는 잃는 게 두려워서 얻지도 잃지도 못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자주 해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안정감과 만족감은 무척 중요해서 일단 자리를 잡고 나면 안주하게 되거든요. 이 정도면 됐다고, 이만큼이면 충분하다고, 여기까지도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하면서 그 다음은 상상하지 않죠. 요즘 저는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인데요. 떠나봐야 새로운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내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해요. 잃어야 할 때는 과감하게 잃어야 하는 거 같아요. 떠나야 할 때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야 하고요. 그래야 새로운 나를, 나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저희 아이들 그리고 후배들 세대는 겁도 없이 막 떠났으면 좋겠어요. 떠나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으니까요.”
윤종신은 ‘떠나’를 발표하면서 작은 도전을 한다. 자발적으로 신곡을 음원 사이트 1면에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신곡에 대한 홍보는 윤종신과 미스틱, 그리고 월간 윤종신 채널만을 활용한다. 이제껏 매월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음원 사이트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걸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결정은 당장은 퇴보이자 손해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특별히 윤종신의 소식에 귀 기울이고 있는 팬이 아니라면, 이번 곡은 발매가 되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윤종신은 유통사나 음원 사이트의 힘에 덜 기대었을 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다음 행보를 기획해보고자 한다.
“음원 사이트는 저희 같은 창작자와 대중을 이어주는 감사한 매개체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과연 현재와 같은 운영 방식이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있어요. 특히 음원 사이트 첫 페이지에 대해선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왜냐하면 거긴 전쟁터나 마찬가지거든요. 수많은 창작자들이 그 첫 페이지에 자신의 신곡을 노출해보려고 줄을 서 있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애써 만든 곡을 그냥 묵히죠. 저는 음원 사이트가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개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첫 페이지는 음원 사이트의 힘에 좌지우지되는 매대가 아니라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나 음악에 대한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뉴스 가판대가 되어야죠. 사용자들에게 무의미한 정보를 꾸역꾸역 밀어 넣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찾아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창작자들에게도 사용자들에게도 발전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