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월간 윤종신> 9월호 '기댈게’
2018 <월간 윤종신> 9월호 ‘기댈게’는 윤종신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가을 발라드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있어 주는 나의 든든한 사람을,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나를 지탱해줄 것 같은 고마운 관계를 ‘의자’에 빗대어 표현했다. 윤종신은 사람이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아 있는모습에서 ‘사람인(人)’자를 떠올렸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그 동안 기대어왔고 기댈 수 있었던 ‘의자 같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애틋하고 감사한 마음 담아 노랫말을 썼다. 쓰다 보니 축가의 느낌이 진해졌지만, 사실은 부부, 연인, 친구, 동료 등 서로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로가 되는 오래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축가는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해요. 서약이라는 게 그렇죠. 우리 앞으로 변하지 말자고, 변치 말고 영원하자고 다짐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모든 건 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도 마음도 관계도 전부 다 변하죠. 변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예요. 오히려 그걸 부정하고 거부하고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게 부자연스러운 거죠. 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로 변치 말자는 약속’이 아니라 ‘서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자’는 약속이 아닐까 싶어요. 정말 중요한 건 서로서로 지켜봐 주는 것,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어 주는 것, 그리고 언제든 기댈 수 있도록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죠. ’기댈게’라는 말은 내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기도 해요. 내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나를 지켜봐 달라는 고백인 거죠.”
‘기댈게’는 윤종신이 일상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의지하는 ‘의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는 의자를 자세히 살피면서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공글렸고,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대다’라는 표현에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결국 의자는 앉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대는 것이기도 하다는 발상을 중심에 놓고 의자처럼 기댈 수 있는 편안하고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뻗어나갔다. 처음에는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볼까 싶었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특별히 의식하진 않아도 늘 그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어울릴 것 같았다. 그게 ‘의자’라는 사물이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는 의미와 맞닿을 수 있을 듯했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아마도 태어나서 가장 오랫동안 골똘히 '의자'에 대해 생각해본 것 같아요. 집이며 사무실이며 작업실이며 자동차며 어디에나 있는 게 의자인데, 저는 이제껏 의자로 뭔가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못 해봤더라고요. 어렸을 때만 해도 의자는 누가 앉으라고 하면 강제로 앉는 그런 것이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는 내가 자발적으로 몸을 기대기 위해 앉는 그런 것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새삼 생각이 많아졌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건 창작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그냥 쉽게 스쳐지나갈 수 있는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신에게 와닿는 의미를 발견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거죠."
<윤종신의 9월호 이야기>
“등만 대지말고 조금만 더 뒤로 기대봐…서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