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성(레터 플로우)
[나와의 시간들이 행복하지 않았을 너에게]
01. 세 번째 겨울 (Prologue)
그날도 그랬다.
오늘처럼 하늘이 맑았고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어딘가 텅 비어 있었고
무언가 공허했다.
고개를 떨군 채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들었다.
“헤어지자.”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아니 담담한 척 말하던 너.
예상치 못했던 말은 아니었는지
나 또한 담담한 척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그날처럼 하늘은 맑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이 시작되려나 보다.
02. 불어온다
언제나 그렇다.
이별은 아프고 빨랐으며
그리움은 길고 또 공허했다.
여전히 아픔이 서툴고 그리움이 버겁지만
당신과의 시간들이 후회되지는 않는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당신이었기 때문이다.
03. 안부
여전히 어제 일 같다.
하늘이 참 맑았고, 햇살은 따뜻했다.
그게 너와 본 마지막 하늘이었다.
너에겐 유난히 미안함이 많다.
어쩌면 지금의 후회와 그리움의 시간들이
네가 힘들었던 날들의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또 미안하다.
그러니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
04. 보고싶어요
그때부터 조금 시간이 흘렀네요.
잘 지내고 있겠지요?
내가 없으니까 그럴 거예요.
처음엔 당신을 만난 걸 많이 후회했고,
또 그렇게 떠나버린 당신을 원망했어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근데 이젠 조금 괜찮아요.
아니 이제서야 조금 나아졌네요.
가끔 추억도 생각해 보고요.
당신이 떠나던 날도 생각해 보고요.
당신을 만나기 전의 날들도 생각해 보기도 해요.
시간이 약이라던 말이 진짜인가 싶다가도
여전히 당신을 생각하고 궁금하는 걸 보면
다 거짓말인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언젠가는 지금이 우스운 날이 오겠지요.
그때까지 조금만 더 생각할게요.
여전히 보고싶어요.
05. 너의 아침, 너의 오후, 너의 밤
허전하다.
매일 아침 나를 깨워주던 전화 속 너의 목소리, 더 이상은 들리지 않는다.
거실에 놓인 화분들, 텅 빈 주방, 집을 나서 스치는 모든 것들이 그대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한 풍경들인데, 내 마음은 지독히 허전하다.
하지만 이 허전함 보다 견디기 힘든 건 너의 아침을, 너의 순간들을 더 이상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네 흔적들을 지우는 게 쉽지 않다.
벌써 습관처럼 네가 또 궁금해진다.
06. 이별 준비
마냥 행복할 줄 알았고, 이 행복이 영원할 줄 알았다.
그렇게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행복해서 불안하다고 말하는 내 마음을 너는 이해하고 알아주길 바랐다.
내 불안이 너에겐 서운함과 아픔이었다는 걸,
어쩌면 당연했던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따스한 햇살처럼 그렇게, 네 곁에 머물러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만,
그런 내 옆에 네가 있어 주길 바라는 건 이기심인 것 같아 더는 안 될 것 같다.
어색했던 첫 만남과 처음 수줍게 손잡았던 그때가 그립다.
겁이 난다. 너를 잃어버린 지금부터의 그 모든 순간이.
From. 안효성(레터플로우)
계절이 변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내 모습이 변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왜 이렇게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할까요.
그럼에도 다시 한번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조금 느린 걸음일지라도 꾸준히 걸어가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