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만큼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의 온도
스무살 겨울 싱글 앨범 [나를 지나고 나면]
어제는 내내 잠을 설쳐 잔 것 같지 않은 밤을 보냈다. 까무룩 잠깐 떨어진 잠의 나락에서도 나는 한참을 너의 뒷모습만 좇았다. 너는 잡힐 듯, 잡힐 듯 끝내 잡히지 않았다. 남은 건 잠에서 깨어나 온통 눈물범벅인 내 얼굴뿐.
요즘 부쩍 너를 기다리는 날들이 잦아졌다. 너에겐 나보다 더 중요한 사람도, 약속도 많아졌다. 누구보다 따뜻했고, 누구보다 날 아껴주던 그 사람은 이제 같이 있어 날 더 외롭게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우리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공백을, 잡고 있는 손에 힘조차 느껴지지 않는 우리 관계를 애써 모른 척한다. 나만 정리하면 끝나는 사랑 앞에서 이렇게 또, 너를 붙잡는다. 아직은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남고 싶기에.
지난 9월 '걔 말고'로 짝사랑을 노래했던 스무살이 시린 겨울, 사랑의 끝을 노래한다. '나를 지나고 나면'은 행복했던 시간이 지나가버리고 관계의 끝 언저리에 혼자 남겨진 마음을 고백하는 곡이다. 귓가를 맴도는 이야기 같은 멜로디에 현악기 선율을 입혀 이별의 절절함을 더하고, 나직이 읊조리는 독백 같은 가사가 외롭고 무거운 분위기를 한층 심화한다.
날 향한 차가운 눈빛과 행동을 볼 때마다 비참해 떠나고 싶지만, 홀로 서있는 내 사랑으로 인해 아직은 그럴 수 없는 [나를 지나고 나면]
우리 관계의 끝을 본다고 한들 내 마음까지 끝낼 수 있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