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마음에서 울려나는 시 - '박경하' 첫 음반 [시린]을 들으며
백창우 / 시인, 작곡가
비 온다. 창을 열고 비 내리는 숲을 바라보며 박경하의 노래를 듣는다. 빗소리에 섞이는 그의 노래가 마치 숲에서 들려오는 듯 아련하다.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들꽃>中
그대 그대가 없었다면 이 세상 나 어찌 살았을까요
<그대가 없었다면>中
한 순간, 시의 비늘이 반짝 빛나고 숲에서 낮고 시린 바람이 분다. 그가 무슨 꿈을 꾸는지, 어느 길을 가고 싶어 하는지 조금 알 듯도 하다. 그의 삶이 아름답다면 그건 그에게 시와 노래가 있어서일 거다. 꽤 오랜 시간 시를 노래해 왔지만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 같지 않다. 들꽃이 그렇듯 말이다. 그렇지만 첫 앨범에 담긴 그의 숨과 결을 느낄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의 마음과 만나 새 숨결을 얻게 될 시의 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띈다. 그는 또한 시인 임길택의 제자이기도 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맑은 가슴을 가진 시인과 초등학교 5학년 한 해를 함께 보냈다니 어쩌면 그가 시를 노래해온 것도 우연이 아닐는지도 모르겠다. 한때 그도 섬진강변 외딴집 백 살 먹은 먹감나무처럼 외로웠을 테지만, 이제는 노래하는 순간마다 그만큼 더 행복하기를, 그리고 그 행복의 기운이 우리에게도 전해지기를. 시가 잠든 시대, '박경하'의 노래들이 내려않을 곳은 어디일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