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유보(遊保)된 채로 그 자리에서 서성거리기... 정체된 낯빛을 통해서 말을 머금기.
무의미한 반복의 교차 위에서, 빠르게 유동하는 공기와 먼지 사이에 빈 틈을 주시하며 이미 공장화되거나 기계화된 사물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물들의 모습을 따라해 보기, 사물들은 가지런히 놓여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모두 어긋난 일들을 상기시킨다. 결국엔 사물을 거울 삼아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틈 사이에 서성이며 소리를 따라가보는 것. 이를 통해 유한한 시간성과 공간성에서 무한의 울림을 찾고자 한다.
공회전하는 울림 (idling echo)은 우리들의 목소리다. 반복되는 리듬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말을 하려하지만 끝내 누군가에게 가닿는 것이 무의미해진 것 같은 공허의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혼자 읊조리게 되는 일을 모사한다. 이처럼 공허한 반복의 연속일지라도 끊임없이 시작과 끝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불안정한 감정선을 그려내고자 한다. 하나의 선이 도형을 이루듯, 하나의 목소리가 또 다른 하나의, 누군가의, 목소리가 되는 것을 쫓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