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의 밤 – Moon Flower
봄날의 밤은 여타의 밤과 다른 의미가 있다.
제집 인양 피어 있는 붉은빛의 벚꽃과 싱그럽게 가볍고 상쾌한 공기는 밤이라면 으레 거느리고 있는, 어둡고 고요하고 적막한 느낌을 훌쩍 벗어나서 봄밤만이 선사할 수 있는 깊고 설레는 감성으로 우릴 몰고 간다.
꽃잎에 부딪혀 산란하는 가로등 불빛은 벚꽃 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민 수줍은 흰색 달빛을 희석해 마치 꽃잎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 순간 달은 꽃이 되고, 꽃은 또 다른 달이 된다.
이런 감성의 단면을 담은 앨범이 ‘서교동이 밤’의 첫 EP 앨범 ‘Moon Flower’다.
‘Walking in the Moonlight’, ‘럭키스타(Lucky Star)’ 등으로 2017년부터 서서히 인디 신을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온 ‘서교동의 밤’은 이번 앨범에서 그들이 고집스레 담아 왔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이야기들을 빼곡하게 담고 있다.
밤에 연관된 단어들을 소재로 삼아 그들만의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표현을 해왔던 지난 곡들의 언어는 아직 그대로 지니고 있다. 여기에 봄밤, 벚꽃, 북적대는 꽃길이 더해지면서 ‘그리움과 설렘’, ‘어두움과 밝은 가로등’, ‘이별과 사랑’처럼 상반되는 이미지가 한 문장에 담기게 됐다.
EP 앨범의 첫 시작을 여는 ‘Cherry Blossom (feat.민주)’은 이제 가까워지고 있는 풋풋한 연인들의 초기 감정을 담았다. 홀로 있던 겨울이 지나고 함께 꽃을 구경할 사랑이 생긴 새로운 봄을 그리고 있다. 재즈풍의 모던한 화성과 풍부한 코러스가 특징이며 ‘민주’의 차분한 보컬에 더해진 예상할 수 없는 곡 구성은 앞으로 나아갈 서교동의 밤 음악의 다채로움을 예고하고 있다.
‘문(Moon) (feat.다원)’은 서교동의 밤의 대표 보컬이라 할 수 있는 ‘다원’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일렉트릭 소울 곡이다. 느린 비트지만 공간을 채우는 신스 사운드로 인해 어느 순간 텅 빈 곳으로 이동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혼자서 바라보는 저 달’에 나를 투영해 외로움과 허무함을 던지는 목소리는 ‘Walking in the Moonlight’보다 더 깊어진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Day (feat.다원)’는 ‘아름다운 날들(Beautiful Day)’을 줄여서 붙인 제목의 곡으로 유럽풍의 신비롭고 넓은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멀리서 채우는 사운드와 반복되는 테마 라인은 설렘을 가지고 ‘빛나는 날(Shiny Day)’에 한 걸음씩 접근하고 있는 조심스러운 감정을 담아낸다. 여기에 더해진 읊조리는 듯한 ‘다원’의 표현력이 더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하루 온종일 (feat.양하진,다원)’은 R&B의 감성에 일렉트로닉의 사운드를 더한 곡으로 서교동의 밤에 처음 참여하는 ‘양하진’의 목소리를 담았다. ‘하루 온종일 TV만 틀어놓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인공에게 그대 없는 밤은 그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중적인 멜로디와 편안하게 호소하는 ‘양하진’의 목소리는 이러한 상황에 잘 몰입되어 있다.
‘Pain Killer (feat.Lazier)’는 작곡과 작사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Lazier’의 보컬과 나지막이 속삭이는 랩이 특징인 곡이다. 진통제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참기 힘든 지금의 아픔을 줄여줄 의미에서의 진통제가 첫 번째 라면, 다른 하나는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는 것이 내 고통을 줄여주는 두 번째 의미의 진통제라는 것이다. 곧, 진통제는 ‘그 사람’을 의미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