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군고구마 같은 앨범 [허수아비들의 겨울잡담]
허수아비레코드에서 두 번째로 공개하는 컴필레이션 앨범 겨울을 홀로 보내는 청춘을 그린 '허수아비와 춤을', 모노 드라마 같은 사랑노래 '크리스마스 하면 무슨 생각이 나나요' 등 수록
겨울은 춥다. 간단하다. 12월은 추우니까. 나는 기온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12월의 끝자락에 있는 크리스마스 앞에는 따뜻한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마련이다. 도심 한복판, 매스컴, 크리스마스 개봉을 노리는 특선 영화 등 때로는 지나칠 만큼 떠들썩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달군다. 그런데 도심에서 벗어나 있고, TV를 보지 않고, 그 날 영화관을 출입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나는 그런 사람들이 결코 적은 숫자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더욱 다양하게 각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의 겨울 역시 특별하다. 특히 12월 25일이라는 숫자, 각자에게 일 년 중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하루이다. 크리스마스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만, 하루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다를지 모른다. 자꾸 모른다 모른다고 해서 죄송하지만 나는 이들을 정말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회는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 참여한 음악가 모두를 정말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유명하다는 인지도와는 별개의 이야기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은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모두가 공평한 청취자인 셈, 자 이제 모르는 사람들의 잡담을 한 번 들어보자.
이 앨범으로 나는 조금 일찍 연말을 맞이했다. 축축하고 눅진한 집, 그래도 장작으로 땐 난로는 켜져 있고 술병은 놔 뒹구는 정체 모를 방 한구석에서 말이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에 매혹될까? 모든 잡담에 감동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에 가까울 것이다. 늘 거짓말이 가득한 크리스마스이지만, 이 앨범을 듣고 있는 동안에는 거짓말과 조금 담을 쌓아 보자. 자신이 몇몇 트랙에서 자신도 모르게 춤을 췄고, 냄새가 약간 진동하는 자신의 양말에 누가 선물을 넣어주었는지 한 번 관찰해보자. 모두의 양말에 다채로운 선물이 한 가득이길 행운을 빈다.
글 김제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