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투영된 회상의 공감, '정진우' [Reminiscence]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낸 "외할아버지"
지난 2월, '정진우'는 네이버 뮤지션리그에 낯선 느낌의 곡을 업로드했다. 1분 26초 길이의 "외할아버지" 데모곡이었다. 애잔한 느낌까지 묻어나는 슬프고 경건한 음악이 과연 '정진우'의 음악이 맞는지 의아하게 만들었던 곡. 진지함에 대한 경멸이 익숙한 현재의 음악씬에서 20대 초반 싱어송라이터가 던진 곡은 충분하게 기대를 빗나갔지만, 이 곡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무척 뜨거웠다. 대중의 반응 역시 기대를 빗나갔기 때문이다.
빗나간 기대의 합은 개인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데모곡을 정식 음원으로 이끌었다. "외할아버지"를 타이틀로 한 더블 싱글이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는 3분을 넘기는 온전한 싱글로 재탄생했고, 같은 기억과 사연으로 만들어진 "I’ll Find You"가 이어지며 [Reminiscence(회상)]라는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음반이 완성되었다.
[Reminiscence]는 '정진우'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를 추억하고 회상하며 만든 음반이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만들어진 곡이다보니 케이지(Kei.G)가 프로듀싱을 맡았지만 정진우 본인이 음악의 흐름을 주도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신이 직접 마주한 심상을 곡으로 옮기지 않고 타인에게 투영된 심상을 마치 자신의 것인 듯 곡을 써내려갔다는 점이다. 정진우는 “제가 외할아버지를 생각하고 사랑해서 받은 충격보다 늘 여장군 같던 외할머니께서 무너지시는 모습에 더 충격을 받았어요.”라며 곡을 외할머니의 입장을 빌어 써내려갔음을 시사했다. 독특한, 가사를 써 내려가는 흔치 않은 접근이다. 실재하는 자신의 경험을 내려두고 타인에 비친 투영을 자신의 것처럼 노래할 수 있다는 발상은 허구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낯선 작업임이 분명하다.
외할머니에게 '정진우'의 그림자가 닿으면서 곡에는 묘한 로맨스가 담겼다. 곡의 제목을 인식하지 않고 들으면 이 곡은 연인의 깊은 사랑과 원치 않았던 이별을 담은 노래가 되어버린다. 20대 청춘의 시각으로 바라 본 외할아버지와의 이별은, ‘이별’ 그 자체가 아닌 두 분의 그리움 끝에 마주하게 될 ’재회’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어지는 "I’ll Find You" 또한 이러한 스토리를 연장한다. 이별 후 씻기지 않는 미련과 상처는 떠난 이에 대한 간절함을 더욱 크게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자취를 따라 걷다가 문득 생각해요. 깊어지는 한숨 무너지는 나를 봐’라는 반복되는 가사 안에는 그에 대한 회상과 미련, 그로 인한 상처가 연인의 감성으로 표현되었다.
슬픔의 DNA를 갖고 있는 듯 본능적으로 슬픔을 담아내는 '정진우'의 타고난 능력은 이 낯선 두 곡을 감성팔이가 아닌 애잔한 공감으로 완성시킬 수 있었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