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banoff (지바노프) ' [온스테이지 378번째 지바노프(Jeebanoff)]
ONSTAGE. 무거운 서정과 깊이 있는 표현
"삼선동 사거리"라는 곡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그 곡이 담긴 EP 앨범 [so fed up]을 주목했다. 갑자기 나타난 알앤비 음악가가 세련된 사운드로, 자신의 맥락과 정서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할만한 일이었다. 그게 2016년 7월이었다. 이후 '지바노프'는 아울 페스티벌을 비롯해 여러 공연에서 볼 수 있었고, 여세를 몰 듯 [for the few.]라는 EP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에는 굿투미츄(goodtomeetyou)라는 레이블과 함께 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여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EP 앨범[KARMA]를 발표했으며, 한층 더해진 깊이와 다듬어진 표현을 선보였다. 모두 불과 2년 사이 공개한 흐름이다.
'지바노프'는 자신이 처음 선보인 EP 앨범을 통해 2017년 한국 힙합 어워즈 후보에, 같은 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첫 작품으로 이렇게까지 많은 이들의 확신 속에서 가능성을 검증받는다는 건 결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so fed up]이라는 앨범이 선보이는 건 지독하다는 느낌과 아름답고 서정적이라는 느낌 두 가지였다. 상반된 두 가지 정서가 동시에 드러나며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흡사 잘 만들어진, 90년대 한국 영화의 황금기에 등장했던 분위기와 흡사하다. 여기에 지바노프는 얼터너티브 알앤비라는 문법으로 작품의 해상도를 높였다. 많은 이들이 차용한, 이제는 최신이라고 하기에는 흔해진 얼터너티브 알앤비지만 '지바노프'는 오히려 그것을 통해 자신이 다른 음악가들과 왜 다르다고 평가를 받는지, 어떻게 다른지를 직접 증명했다.
여기에 '지바노프'는 [KARMA]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비주얼에서도,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조금은 처절하다는 인상도 주지만, 그 가운데 여전히 예쁜 몇 순간은 그래서 더욱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며 존재감을 굳힌다. 팝 음악의 터치를 추가하며 좀 더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커졌지만, '지바노프라'는 음악가가 지닌 결은 여전하게 다가온다. [so fed up]에 수록된 두 곡, "soft"와 "삼선동 사거리"와 함께 선보이는 "Timid"는 그 묘한 결을 잘 설명해주는 듯하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Timid"는 꽤나 소심한 사람이 돼 있어 라는 가사처럼, 복잡해져 버린 연인 간의 관계를 스트레이트하게 풀어낸다.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은 "삼선동 사거리"는 경험에서 오는 절절함이 있다.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이의 꿈, 간절함과 달리 바닥인 현실 간의 괴리는 비단 음악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지바노프'는 그 현실을 애써 긍정적으로 포장하지도, 마냥 낙관적으로 이야기하지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위로되고 조금이라도 이겨낼 힘을 주는 듯하다. 여기에 소박한 느낌의 연애 감정을 노래하는 "soft"까지 '지바노프'는 자신의 매력을 십분 보여준다. 평소에 듣기 힘든 버전이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으로 생각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