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이크(Anjake)를 떠나 보내며, 마지막 싱글 "Track 19" 12월 14일 발매
언제이크(Anjake)라는 아티스트와의 첫 만남을 분명히 기억한다. 2012년, 래퍼 코카(Cocca)가 이끌었던 홍대의 공연 브랜드 [BlackShipMusic]의 공연을 위해 많은 뮤지션들이 모였던 날이었다. 그 중에는 지금의 자메즈(Ja Mezz), 후디(Hoody)와 같이 국내 흑인 음악 씬의 유망주로 자리 김한 이들이 있었고, 그로스토(Grosto), 한상엽 등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친구가 바로 언제이크였다. 그를 만나기 전 이미 몇 장의 믹스테잎을 통해 그의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랩 스킬을 접했기 때문이다. 믹스테잎에서 그는 이미 완성형의 실력을 자랑했던지라 그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왔었고, 오래지 않아 연이 닿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만났던 그는 생각보다 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진실한 마음에 감화되어 이내 마음을 열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었다. 이내 그가 속해있던 크루에 들어가게 되었고, 우리는 더욱 자주 만남을 가져왔었다.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추천해주고, 서로의 고민들을 나누었던 나날들. 막연한 미래 때문에 걱정에 휩싸이던 때가 많았지만 지금 와 돌이켜보니 음악 자체를 정말 즐길 수 있었던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서로의 음악적 견해차로 인해 그는 회기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던 크루 크로스하츠(Krosshartz)를 주된 활동으로 삼을 것을 밝히고 크루를 탈퇴했다. 당시에는 덤덤했던 척했지만 그만한 실력을 갖춘 래퍼와 함께 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얼마나 아쉬웠던지. 물론 속해 있던 크루만 다를 뿐 우리는 이전처럼 자주 이야기를 나눴었다. SNS에서 서로를 홍보하고 카톡을 통해 이후의 행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2014년 발표한 그의 첫 싱글이었던 "지진"의 곡과 뮤직비디오를 회기 작업실에서 일찍이 감상하며 충격을 받았던 일이 아직 생각이 난다. 싱글에 담긴 그 우직한 캐릭터와 랩만큼은 기성의 래퍼들이 갖추지 못했던 언제이크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가 싱글 "비단옷", "이대호"를 발매하고, [쇼미더머니 4]에 출연해 꽤 높은 곳까지 진출하는 것을 지켜보며, 이 실력이 남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있단 생각에 혼자 신이 났던 게 생각이 난다. 쇼미더머니 이후에는 같은 크루의 프로듀서 테리스 월드(Terry’s World)와 함께 아주 강렬한 트랩(Trap)을 선보였고, 비단옷(Remix)까지 발표하며 크루의 일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었다. 이후, 자신의 정규 앨범 [GRUPPE 32A]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앨범이 공개되는 순간 힙합 커뮤니티가 뒤집어질 거란 덕담을 주고받았었다.
우리는 거의 2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서로의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가끔 그의 앨범 소식이 궁금했지만 일이라는 핑계 혹은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란 생각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12월의 시작에 접어들고 글을 쓰던 중 오랜만에 그에게 연락이 왔다. ‘언제이크를 인제 그만 둘 거라고.’ ‘그리고 마지막 싱글을 발표하려고 하는데 소개 글을 써줄 수 있겠냐’고 말이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그와 함께했던 모든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가 보낸 "Track 19"를 듣는 순간 반드시 이를 다 풀어내보리라고 다짐을 했었다. "Track 19"는 2013년 그가 인간관계에 대한 환멸감을 한 차례 느끼고 난 뒤 만들었던 곡이라고 한다. 언제이크는 프로듀서 HETCHE가 만들어 낸 현 악기가 주가 된 루프 속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곡에 대해 앞서 설명이 길었던 것은 바로 "Track 19"에 담긴 차분함에 그의 이전 이야기와 배경 스토리가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곡을 통해 힘든 과정 속에서도 이를 헤쳐 나가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전달했다. 같은 크루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이난(ENAN)이 목소리를 보태 곡은 상당한 여운과 깊은 감흥을 선사해 준다. 정규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만났으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지만, 언제이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최적의 트랙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Track 19"의 발매와 함께 그를 이제 떠나 보내야만 한다. 그가 들려주었던 음악들, 그가 보여주었던 무대들.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가 채 되지 않았는데 그를 보내야만 한다니. 묵직하게 귀를 내리꽂던 그의 재기 넘치는 랩을 더 듣지 못할 거란 생각에, 그리고 이번 곡에 담긴 그 여운 때문에 오랫동안 슬픈 감정에 젖어 있을 거 같다. 시작도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라지만, 그 끝이 있기에 새로운 시작이 있는 거로 의심치 않는다. 그가 부디 오랜 슬럼프를 탈출하고 새로운 시작을 해 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By GEDA(HIPHOPLE EDITOR)
[Track 19 (feat. ENAN)]
Executive Produced By ANJAKE
Produced By HETCHE, ENAN
Written By ANJAKE
Mixed & Mastered By Sid Frio @ Sound By Brow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