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def X Nopitchonair' [국토횡단 Riddim]
지난 몇 년간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그라임은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수 많은 그라임 아티스트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파이오니어한 성향의 클럽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기에 런던 빈민가 굴다리 밑에서 시작된 이 길거리 음악을 접하기가 쉬워졌지만, 기존의 힙합과는 뿌리부터 다른 매력적인 이 장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표시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17년 아시아 최고의 그라임 스타이자 근래 공격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Damndef'와 한국에서 가장 실험적인 음악을 만드는 서브컬쳐팀 Grack Thany의 멤버인 'Nopitchonair'는 그런 이들에게 말보다는 음악으로 답을 하고자 한다.
사뭇 군가 같은 느낌을 주는 웅장한 아코디언 멜로디의 인트로 끝에 변주되어 등장하는 'Nopitchonair'의 클래식한 그라임 사운드와 그 위에 'Damndef'가 뱉는 조롱적이지만 독기 가득한 직설적인 랩은 클리셰만 만들어내는 이 씬의 수많은 래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이는 불편하기보다 오히려 통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20년 전, 랩을 하기 편한 UK garage 비트를 만들고자 하던 이들의 하드디스크 속 오디오파일과 영국의 해적 라디오 방송 DJ들의 손에 쥐어졌던 CD들은 나비효과처럼 시간을 거슬러 돌아와 정체된 메인스트림에 신물이 난 전세계의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리스너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노래의 제목대로,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국 각지에서 이 노래뿐만이 아니라 서브컬쳐의 최첨단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음악들이 함께 국토횡단하여 울려 퍼질 날을 상상하며, 곧 발매될 'Damndef'의 국내,외 아티스트와의 프로젝트와 Grack Thany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기대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