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필름' - [My Book]
- 음악으로 소설을 쓰다.
- 자신이 집필한 책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 낸 9곡의 BGM
- '허지웅', '심현보', '재주소년', '토니안', '정지찬' 등이 응원한 그의 유려한 문장
- 초여름을 보낼 한 편의 인스트루먼탈 음반 겸 보컬 곡
저는 가수이지만 글을 쓰는걸 좋아하는 병(?)이 있습니다. 철없던 시절엔 글을 쓰고 싶은데 재주가 부족해 음악을 업으로 하며 산다는 망측한 자기소개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런 망측한 소개 덕인지, 저는 글을 쓸 기회를 여러 번 얻었고 운 좋게 살면서 책을 두 번 낼 수 있었습니다.
여기 9곡은 올 봄에 나온 저의 두 번째 책, '쏟아지는 밤'을 바탕으로 쓰여진 곡입니다. 앨범 제목도 그래서 [My Book] 이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사실 책을 내지 않아도 앨범 전체를 책 목차처럼 구성해보는건 저의 오랜 해묵은 아이디어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출간하게 되는 바람에 이 작업은 꼭 해야 할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기쁘게 작업을 한 것 같습니다. 책 속의 글에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 책 속의 글 제목과 노래 제목을 각각 일치시키고, 타이틀 곡을 뺀 모든 곡에는 페이지(쪽수)가 적혀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꼭 책을 읽으라고 쓰는 글은 아닙니다. 음악은 음악 자체로 느껴주시되, 혹시 음악을 듣고 글이 궁금해져 제 부족한 책을 찾아봤을 때 이 글들이 감정이 잘 전달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럼, 각 트랙마다 간단한 소개를 적어보겠습니다.
1. 유럽공주 (p.57)
시장에서 산 3만원짜리 셔츠도 품격있게 만드는 어떤 이를 상상하며 쓴 곡입니다. 책에는 '그녀를 만나러 갈 때면 언제나 이름 모를 유럽의 성을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라는 문구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첫 곡으로 듣기에 부담 없는 연주곡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posed by 더필름
piano 더필름
2. 365일이 어제처럼
제가 썼던 글 중 가장 호응이 좋았던 글을 주제로 만든 노래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이 글을 페이스북에 적었을 당시 해당 글에 '좋아요'가 1만개 이상 달렸고, 그로 인해 두 번째 책을 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 고마운 곡입니다.
1년 전(365일)에 헤어졌지만 마치 어제 통화한 사람처럼, 1년 만에 갑자기 걸려온 그의 전화를 받고 자연스럽게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그녀의 풍경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공감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꼭 이 제목으로 된 곡을 쓰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글을 쓰는 페이지의 이름도 나중에 이 제목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애착이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은 처음으로 '소란'의 기타리스트 이태욱씨와 함께 작업해 보았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Composed by 더필름 Lyrics by 더필름
piano 더필름 guitar 이태욱 bass 임정규 chorus 더필름 drum 임정규
Vocal 더필름
3. 우산 접기 (p.32)
우산만 가져다 주면 새 것처럼 접어오는 취미가 있는 사람에 대한 연주곡입니다.
가볍고 경쾌한 터치의 연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Composed by 더필름
piano, Rhodes, Elec piano by 더필름
Guitar 정소리
4. 정지화면 (p.89)
이번 앨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그래서 두 버전으로 녹음했습니다. 사실상 전체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곡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연인에게 크리스마스에 깜짝 선물을 했는데, 놀란 그녀가 추운 겨울에 얼어붙은 모습이 마치 '정지화면' 같았다는 글을 토대로 작곡한 곡입니다. 제 밴드에서 오래 기타를 쳐온 정소리 군이 녹음해주었습니다. 음악만을 위해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 그런지 기타 연주 속에 제 대화를 충분히 이해한 듯한 감성이 펼쳐집니다. 뜨거운 여름이지만 이 노래는 추운겨울에 상상하고 들으면 더 좋습니다.
Composed by 더필름
piano 더필름 Guitar 정소리 Bass 임정규 Drum 임정규
5. 파노라마 (Panorama) (p.96)
이미 선공개 때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태어나 처음 쓴 '록넘버'입니다. 헤어진 지 7년이 된 여주인공을 생각하니, 마치 7년 전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5분 만에 쏟아진다는 내용의 곡입니다. 제 책 '쏟아지는 밤' 96 페이지, '7년만의 대화'에 그 얘기가 들어있습니다.
6. 너의 것 (p.220)
누구나 연애를 하면 찌질해집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흑역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찌질하던, 혹은 반대로 찌질한 누군가에게 괴롭힘 당하던, 아무리 그 추억을 지우기 위해 진상을 피우고 훼방을 놓아도, 좋았던 기억은 가져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억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Composed by 더필름 Lyrics by 더필름
piano 더필름 Vocal 더필름
7. 휴일의 당신 (p.196)
'당신이 평일 늦은 아침에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내 유일한 취미였다.'라는 문장이 큰 호응을 받았던 글에 관한 곡입니다. 언뜻 듣기엔 휴일의 아침처럼 들리는 연주곡이지만, 사실은 평일 오후도 휴일같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곡된 곡입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휴일처럼 행복하길 바랍니다.
Composed by 더필름
piano 더필름
8. 노부부 (p.176)
행복하게 늙어가는 노부부를 바라보며 작곡한 곡입니다.
Composed by 더필름
piano 더필름
9. 정지화면 (Acou Ver.)
Composed by 더필름
piano 더필름 Guitar 정소리
애착이 많은 곡이라 소박한 구성으로 마지막에 다시 넣어두었습니다. 꼭 추운 겨울에 다시 한 번 들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더필름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