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피아니스트 '유이치 와타나베']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음반 산업이 해마다 하향 곡선을 긋고 있지만, 음원 시장의 성장으로 음악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TV의 음악 프로그램은 예능과 결합하여 차고 넘칠 정도로 우리를 음악 홍수 속에 살게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음악에 목마르다. 음악이 없어서가 아니고 음악이 너무 많기 때문은 아닐까. 최신 유행을 이끄는 신곡부터 장르별 명곡까지 각종 추천리스트는 음악 감상에 대해 고민하거나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음악은 넘쳐나지만 감동을 주는 나만의 음악을 찾지 못하는 그런 시대이다.
이럴 때, 피아노 건반 하나로 감동을 주는 뉴에이지 음악은 삶의 여유를 주고 아픔을 이겨내고 견디게 하는 치유의 마법 가루가 된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유이치 와타나베의 음악은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우리를 위로해 주고 감동을 주고 있었다.
일본의 음악 시장이 크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얘기이다. 그 규모가 상당할뿐더러 공존하는 장르가 매우 다양하다. 더군다나 2010년대 이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음원이 대세지만 일본시장만큼은 음반 비율이 80% 선까지 이르고 있다. 이런 수치가 큰 것도 있지만 록, 재즈, 포크, 클래식 등 비주류 음악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시장 지분도 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을 넘어설 정도로 남다른 그들의 재즈 사랑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들은 연주 음악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저변에 깔려 있다. 노랫말이 가진 직접적인 감정 이입 없이 선율과 연주만으로 공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뿐 아니라 감상자도 연주곡에 대한 높은 이해가 있다. 그리고 연주 음악은 악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활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악기의 왕인 피아노의 저변이 넓고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또한 많다.
일본의 오리콘 차트 10위권에 드는 유이치 와타나베는 연주 음악으로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이다. 다른 피아니스트처럼 선율적이고 목가적인 면만을 강조한 뉴에이지에서 벗어나 대중성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그 시작은 15년 전인 2001년으로 1집 [Piano by the Sea]를 발표한다. 수록곡 'Valentin's Memory', 'Last Kiss'는 뉴에이지가 가진 따스함을 잘 표현한 곡으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어 2집 [Piano Cafe]를 발표하고 2012년 8집 [Piano Good Day], 그리고 이번에 9집 [Piano Vacances]를 선보이고 있다. 뉴에이지가 가진 담백함을 간직하면서 앨범마다 새로움을 더하는 음악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있었다니...”라고 말할 정도로 그를 아끼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작곡가 피에르 포르트(Pierre Porte)는 그를 자신의 대표적인 수제자로 여기고 있다. 피에르 포르트는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스승으로 유이치 와나타베는 유일한 동양인 제자로 그에게 피아노 연주와 작곡, 그리고 감각적인 편곡으로 색다른 뉴에이지 세계를 열어주었다.
첫 곡은 'Piano Waltz'로 현악기 사이사이를 피아노가 우아하게 수놓으며 연주되고 '대항해'(大航海)는 컨템포러리 퓨전 스타일로 경쾌한 기타 스트로크와 피아노 연주가 리 릿나워와 데이브 그루신의 GRP 시절 연주를 연상케 한다. 'Brilliant Day'는 앨범 타이틀 곡으로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격정으로 치닫다가 완급조절을 하면서 익숙한 선율로 연주가 마무리된다. 다섯 번째 곡 'Morning Sea'부터 마지막 곡 '기억 속의 그대'(記憶の中のあなた)까지는 피아노 독주곡이다. (아홉 번째 곡 'Sincerely You' 제외) 피아노 하나만으로 연주되기에 유이치 와타나베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끽할 수 있는 음악으로 특히 앨범 명과 같은 'Piano Vacances'는 지난여름 바캉스 여행지에서 만난 이름 모를 피아니스트의 연주 같이 설레고 따뜻하다.
음원 차트에 올라갔다 사라지는 수많은 음악들. 모두 공들여 만든 훌륭한 음악으로 저마다 사연이 있고 아픔과 감동이 있다. 넘쳐나는 음악의 홍수 시대에 양보다 음악의 질에 집중해 취사선택해서 듣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연주 음악이 주는 편안함과 매력에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 피아니스트 유이치 와타나베가 함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