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닮은 '하비누아주'의 새 EP [그리고, 겨울]
'하비누아주'는 2010년 결성해 2012년 미니앨범 [하비누아주의], 2013년 [겨울노래], 2015년 첫 정규앨범 [청춘]을 발매했다. 2018년 1월에 발매한 EP [그리고, 겨울]은 2013년의 [겨울노래]에서 이어진다. 겨울을 닮아 길고 깊은 노래가 다섯 곡 들어있다.
겨울밤에는 친구들과 좁은 방에 모이곤 했다. 초를 켜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방이 넓어지는 날도 있었다. 차나 술을 마셨고, 음악을 들었고, 선물을 전했고, 때로 잔뜩 취해 시를 읊었다. 촛불 탓인지, 술기운 탓인지, 그때 나눈 이야기에는 온기가 있었다. 따스함이 사라지는 일이 아쉬워 ‘이 밤이 영원하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릴 때도 있었지만, 어김없이 밤은 지나가는 일이었다. 초가 녹고 불빛이 꺼지면 곁에 있던 이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어김없이 겨울이 왔다. 홀로 가만히 이 앨범을 듣는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다 깬 새벽에, 누구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 산책길에. 첫 트랙의 "겨울노래"를 시작으로 "마지막인 것처럼"' "잃다"' "청소"' "언제쯤이면"을 차례로 듣고 나면, 혼자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외로움 곁으로 찬 공기가 내려앉는 동시에, 잊고 있던 겨울밤들이 떠오른다. 영원을 욕심내던 새벽이, 이제는 흐릿해진 얼굴이, 사라진 줄 알았던 그 날의 온기가, 다섯 곡의 노래와 함께 온다.
[그리고, 겨울]의 소리는 여러 번 들어봐야 한다. 처음에는 노랫말이 들리다가 가사가 흐려지고, 피아노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그 뒤에 놓인 코러스의 옅은 저음이나, 현악기와 타악기의 맑고 탁한 소리를 번갈아가며 하나씩 세어보게 된다. 저마다의 소리가 한 데 모인 모양이 촛불을 둘러싸고 앉은 이들을 닮아있다. 이 소리도 언젠가 사라지는 것일까. 더는 영원한 밤을 기대하진 않지만, 기억함으로써 존재하는 어떤 일들을 이 소리에 기대 떠올려본다.
글/ 프리랜스 에디터 박선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