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 2nd EP [2126]
외가에 사촌 동생이 세명 있습니다. 모두 제가 걸음마를 가르쳤죠.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면 엉덩이를 내밀고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참 귀여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칭찬에 조급해진 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이끌면 동생들은 제 손을 놓치고 주저앉아 울어버렸습니다.
인생은 마라톤 이라고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겪는 삶의 속도는 전력 질주에 가깝습니다. 덕분에 늘 있을 수 있는 작은 실수에도 우리는 크게 넘어지고 아파합니다. 누가 우리를 이토록 채근하는 걸까요? 넘어진 우리의 무릎을 털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호아'는 항상 이상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미래라는 것은 지금 여기서 넘어진 당신에겐 어쩌면 공허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멈추고 돌아왔습니다. 당신과 함께 가고 싶어서. 무릎을 털고 일어나거든 그때 또 나아가봅시다. 천천히, 발을 맞춰서.
-김규목(호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