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두 번째 미니앨범 [광견병 Part.2]
전구기를 지나 흥분과 광란 상태에 빠져버린 '진돗개'의 [광견병 Part. 2]
[광견병]은 광견병 바이러스를 가진 동물에 사람이 물렸을 때 발생하는 급성 뇌척수염이자 뮤지션 '진돗개'의 프로젝트 앨범 타이틀이다. 본 앨범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잠시 시간을 거슬러 ‘진돗개’라는 아티스트의 지난 일들을 떠올려 보자.
Mnet 쇼미더머니를 통해 유명세를 얻었던 그는 Mixtape "누구에겐 개소리 누구에겐 새소리"를 통해 기존의 힙합 씬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는 패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파이니스트 레코드와의 계약을 알리며 힙합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런 그의 좋은 시간도 잠시. 이른 유명세가 독이 되었던 탓인지 그는 많은 이들의 시선과 조언에 파묻혀 자신의 색을 잃은 채 방황하게 된다. 자연스레 대중들의 관심들도 그에게 멀어지게 되었고 힙합 씬에 내려졌던 '진돗개 하나'는 조용히 해제되어 버린다. 이로 인해 그는 기나긴 슬럼프를 겪게 되고 마침내 [광견병]에 걸리게 된다. 이렇듯, '진돗개'라는 아티스트가 겪은 지난 경험들과 그로 인한 생각들이 발현되어 앨범 [광견병]이 되었다.
4일 발매되는 '진돗개'의 새 EP [광견병 Part. 2]는 약 1년 전 발매된 [광견병 Part. 1]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자 광견병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다소 우울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곡들이 주가 되었던 전 작을 통해 자신의 슬럼프 시절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로 인해 비롯되었던 무기력감과 우울증을 떨쳐버리려 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가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나오는 이번 앨범에는 전작의 기조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의 음악들이 담겨 있다. 이는 앨범의 초반부인 "읍읍", "묵언수행"을 통해서 일찌감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건반과 베이스, 여러 구성 악기들이 모여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트랙 위에서 '진돗개'는 광기 어린 랩과 함께 현재 씬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 이처럼 앨범의 초반부부터 '진돗개'는 공격성이 깨어난 자신을 드러낸다. 이로 인해 앨범을 듣다 보면 여러 이해관계라는 재갈이 물려 본의 아니게 입을 다물 수밖에 없던 그가 재갈을 벗어 던져 버리고 미쳐 날뛰는 그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를 이어 나오는 트랙이자 Mixtape의 수록곡과 동명의 타이틀을 지닌 "진돗개하나"를 통해 '진돗개'는 4년간의 묵언 수행을 끝내고 현재 씬에 다시 진돗개 하나를 선포한다. 후렴구 하나 없이 거침없이 쏟아 내는 그의 랩에는 신랄한 비판과 함께 조롱이 섞여 있다. 궁지에 몰린 개, 또는 상대적 약자라는 뜻을 지닌 Underdog에서 이름을 따온 "언더독"은 '진돗개'라는 아티스트의 현재 포지션을 상징하는 트랙이기도 하다. 그는 해당 트랙을 통해 기성 랩퍼들과 다른 자신만의 포지션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겪고 들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현재 씬의 문제점과 불만들을 풀어낸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개소리"는 광기 어린 그의 목소리와 가사가 담긴 트랙으로 전자 음악의 요소가 다분한 사운드와 함께 곡에 드롭 부분이 존재하고 있어 흥분 상태에 빠진 '진돗개'가 미쳐 날뛰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처럼 본 작에는 '진돗개'의 흥분과 광기, 공격성 다분한 조롱들이 담겨 있다. 이런 그의 공격성, 흥분과 광기 어린 모습들은 바로 광견병의 중기에 해당하는 흥분기의 증상이기도 하다.
이번 [광견병 Part. 2]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진돗개'의 크루 '크로스하츠(Krosshartz)'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앨범 내에 구현하기 위해 이들은 전체 트랙들을 프로듀싱하였으며, 더불어 앨범의 아트워크, 뮤직비디오에 참여하였다. 더불어 크로스하츠의 멤버 '자메즈(Ja Mezz)'는 "언더독"에 피쳐링으로 참여해 자신의 현 상황과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내었다. 거기에 독특한 캐릭터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VMC의 Mr. Trap Hwang. '던 밀스(Don Mills)'가 "개소리"에 참여해 개성 넘치는 랩을 선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이처럼 본 작은 '진돗개'의 기세 넘치던 초기 음악들을 떠올리게 하는 앨범임과 동시에 독특한 그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난 앨범임이 분명하다. 기나긴 슬럼프 시절을 극복하고 입에 물린 재갈을 던져 버린 '진돗개'가 뱉고 있는 냉소 가득한 가사들은 한층 날카로워진 모양새이며, 그의 랩 스타일은 더욱더 광기가 어려 있으며 동시에 공고해진 느낌이다. 마침내 그의 이름에 가장 걸맞은 음악을 들고나온 '진돗개'. 그가 씬에 내린 [광견병] 경보가 어디까지 파급력을 미치게 될지, 그의 행보를 주목해보도록 하자.
1. 읍읍
작사 : 진돗개 / 작곡 : Grene Man / 편곡 : Grene Man
어느새 랩 한지 몇 년이나 흘렀네
막연한 꿈이 날 여기까지 불렀네
2. 묵언수행
작사 : 진돗개 / 작곡, 편곡 : Grene Man, ENAN
이젠 나의 목소리가
자주는 아니여도 거리에서 퍼져
고개는 숙였어도 구부린 적 없어
지금까지 랩 한 건 축복이라고 어쩌면
3. 진돗개하나
작사 : 진돗개 / 작곡, 편곡 : Dakshood
난 한전 전력을 가다듬고 하지 발전 임마
이건 4년전에 썼던 첫 믹스테입때고
다시 돌아왔다고 임마
4. 언더독 (feat. Ja Mezz)
작사 : 진돗개, Ja Mezz / 작곡, 편곡 Dakshood
노란색이 나의 피부색 허나 검정빛이 돌지 실루엣은
여기에 내 생각들을 비울게 너와 달리 사실 필요 없어 지우개는
5. 개소리 (feat. Don Mills)
작사 : 진돗개, Don Mills / 작곡 : Bangger / 편곡 : Bangger, Grene Man
누가 볼 땐 내가 뱉는 말은 개소리야
근데 팬들에게 내 목소리 마치 꾀꼬리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