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원' 의 본격적인 시작이자 첫 출사표, 그가 처음으로 꺼낸 말 [이제는 떳떳하다]
'테이크원(TakeOne)' 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또 목메어 기다리는 이름이다. 그만큼 한국 힙합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고, 그가 취하는 태도나 위치 또한 자의든 타의든 굉장히 독보적인 곳에 놓이게 되었다. 자타공인의 박자 감각은 물론, 랩을 할 때나 힙합을 대하는 확고한 생각은 아직 그의 이름을 외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그가 '테이크원' 이라는 이름을 쓰기 이전은 차치하더라도, 2012년 믹스테입 [TakeOne For The Team] 만 해도 많은 이야기거리가 되었으며 당시 그는 한국 힙합 유망주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 뒤 당시 불모지에 가까웠던 쇼미더머니 시즌 1에 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더하여 2012년부터 2013년 초까지 '제리케이(Jerry.k)', '크러쉬(Crush)' 등의 멋진 앨범과 싱글에 목소리를 더하며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드러낸 적도 있다.
여기까지는 '테이크원' 의 시작 중에서도 시작에 해당한다. 그는 두 차례 무료 공개 곡으로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힙합 씬 전체에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한 번은 2013년 발표한 "Recontrol", 다른 하나는 올해 발표한 "컴백홈" 이다. "Recontrol" 은 그가 한국어로만 가사를 쓰는가 하면 한국 힙합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자신의 시각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랩의 기술적 면모나 뛰어난 전달력은 이제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 곡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첫 번째 앨범 제목 [녹색이념] 을 세상 밖으로 꺼내게 되었다. "Recontrol" 은 많은 팬들은 물론 '이센스' 나 '스윙스' 같은 동료 뮤지션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이때부터 [녹색이념] 에 대한 힙합 팬들의 기대감은 커져갔다.
그 뒤로 '박재범' 의 앨범 [Evolution] 에서도 그는 한국어로만 된 가사를 선보였으며, 이 시기 뒤로는 계속 한국어로만 가사를 쓰게 된다. '테이크원' 은 2014년 '제이키드먼(JAY KIDMAN)' 의 싱글에 피쳐링을 통해 모습을 보인 뒤, 2014년 힙합플레야 쇼 벅와일즈 스페셜에서 인상 깊은 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컴백홈" 을 통해 한국 힙합에 속해 있고 한국어로 랩을 하는 점을 확실하게 말하기도 했다. 또한 '테이크원' 은 이 곡을 통해 한국 힙합에 대한 자긍심, 자존감을 갖자는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테이크원' 은 "Recontrol" 과 "컴백홈" 을 통해 한국 힙합이 단순히 미국 랩 문화를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 힙합으로써 정체성과 독창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테이크원' 은 이만큼의 커리어와 파급력을 지니고 있고, 그만큼 자기가 하는 말에 힘을 실을 줄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늘 진솔하게, 자기 언어로 생각을 풀어냈고 그렇기에 강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5년 12월, 이제 비로소 '테이크원' 이라는 이름을 걸고 움직이려고 한다. [녹색이념] 수록 곡 중 가장 처음으로 선보이는 싱글 [이제는 떳떳하다] 는 제목 그대로 그가 처음 내미는, 지극히 '테이크원' 다운 곡이다.
"이제는 떳떳하다" 에서 그는 지저분한 미사여구 없이, 구차한 과거 이야기 없이 딱 지금의 자신을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우선 곡 중 1절에서는 마음속 깊은 부분을, 2절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현실 속 일어나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이후 3절에서는 각오를, 마지막 4절에서는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다짐을 늘어놓는다. 네 번의 가사를 스스로의 목소리로 주도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기다렸던 이에게는 이 곡조차 짧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여기에 "일 년이면 돼" 라는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많은 목소리의 참여 역시 눈에 띈다. 최근 많은 사랑을 받은 '그레이(GRAY)' 부터 '크루셜스타(Crucial Star)', '블랙고시(Black Gosi)', '롤리(Lolly)', 그리고 마지막 "한 길을 걸어가라" 의 '엠씨메타(MC Meta)' 까지 여러 사람이 후렴을 포함한 곡 곳곳에서 목소리를 더해 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 결과 더욱 풍성한 후렴이 되었고 테이크원의 목소리와 더욱 구별이 명확해졌다. 그래서 극적 장치가 되어주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의 목소리가 더욱 드러나는 효과가 있기도 하다. 또한, 절과 후렴 간에 BPM이 두 배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등의 변화, 곡의 흐름을 긴밀하게 읽어낼 수 있게 도우는 편곡, 풍성한 소리 구성이 유연하게 치고 빠지는 등 세련된 곡을 만들어 낸 '듀플렉스지(Duplex G)' 의 프로덕션 역시 이 곡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복잡한 트랙 구성을 어느 정도 깔끔하게 정리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 역시 이번 싱글이 많은 공을 들였다는 증거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녹색이념] 은 여전히 한국 힙합 씬 전체에서 가장 기대하는 앨범 중 하나다. 여전히 많은 힙합 팬들은 그를 최고라고 인정하며 그의 앨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로써 [녹색이념] 은 공식적으로 이야기되며, 모두가 기다렸던 작품의 형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이 앨범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번 싱글이 신기하고(?) 다음 걸음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일 년이면 돼" 라는 말처럼 2016년에는 '테이크원' 이 더욱 멋진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주도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첫 싱글 [이제는 떳떳하다] 와 함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와 같이 새해 좀 더 멋지게 각자의 것을 해내기를 다짐해보는 것도 괜찮은 감상 방식이라 생각한다. 곡이 가진 힘과 실력만큼, 우선은 '테이크원' 을 믿고 이 곡을 천천히 들어보자. -블럭(bluc, 프리랜서 작가, 기자, 에디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