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Gayageum Sonata C Minor Journey TO Venice (베니스의 여정)]
우연한 계기로 가야금이란 악기를 비교적 어린 나이에 접하게 되었다. 가야금이란 악기를 알아가고 매력을 알 때쯤 부모님의 지인이신 작곡가 승 시학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께선 서양 음악이든 국악이든 미래의 현대음악을 이끌어 갈 선구자가 될 거라면 문무를 겸비하고 느낌만으로 곡을 쓰지 않는, 정확하고 체계적인 공부가 준비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느낌만으로 곡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질 못하며 우물 안 개구리 밖에 될 수 없다고 말씀 하셨다.
이후 국악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부탁으로 화성학 특강을 승 시학 선생님께 받게 되었다. 막연하게 어렵고 두려웠던 작곡법과 화성학에 재미가 붙었으며 자신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승 시학 선생님의 혹독한 가르침 속에 작, 편곡 공부가 시작되었다. 작, 편곡 공부는 뼈를 깎는 고통과도 같았으며, 공부와 과제에 대하여 매우 엄격하셨다. 수많은 습작을 작업하고 좌절하며 다시 작업하고 이렇게 몇 해가 지났을 쯤, 선생님께서 이젠 작품 연주용 곡 작업을 시작해야지 하시며, 세상에 나와 있는 소나타 형식의 곡들의 분석을 과제로 내주셨다.
소나타 형식은 분석 과정 중 (1주제) (2주제) (제3의 변형 주제)가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작품연주용 theme 만들기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결국 theme를 잡지 못했고 지친 몸으로 음악과 정통이 살아있는 이태리 베니스로 여행을 떠났다. 베니스에 도착한 후 해질 무렵 리알토 다리 위를 걸었다. 때마침 리알토 다리 먼 바다 쪽 붉은 노을에 섞인 석양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나도 모르게 오선지 위에 그 느낌을 받아 그렸다. 그 중 몇 개를 선생님께 보내 드렸는데 한마디의 말씀도 없으셨던 선생님께선 여행 후 첫날 보내드렸던 이 작품의 theme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소나타 형식을 완벽하게 도입하도록 지도해주셨다.
1 주제 화성적 양식에 의한 정적인 성격을,
2 주제 화성적 양식에 의한 리듬의 발랄한 성격을,
3 주제 합성 주제로 주제별 합성법을,
제시부-주제부-버금주제부-발전부(전개부와 같음)-재현부-Coda(종결부)의 양식을 도입했다.
1년이 넘도록 작업을 하면서 작곡은 연주만 해왔던 나에게 힘든 창작의 고통을 알려 주었고 초연 또한 창작의 고통과 같음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선 공개적 의미이며 내년 초 가야금을 위한 콰르텟, 가야금을 위한 퓨전재즈-실용 음악과의 만남도 현재 녹음 진행 중이다.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시는 부모님과. 특히 작곡 지도와 초연 작품 연주지도를 해주시는 승 시학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Composer 이해인, 가야금 연주 이해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