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슬거리는 촉감을 즐기는 움직임, 그리고 귓속을 드나드는 공기
싱어송라이터 '스키니죠(Skinnyjoe)'의 두 번째 싱글 [#24(The Earth)]
'스키니죠(Skinnyjoe)'라는 뮤지션을 아는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그의 음악을 아는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그 공간의 본래 분위기와 향은 무게를 잃은 채 바닥에 흩뿌려져 형체를 잃는다.
Rock 장르 기반의 Retro, Post Pop & Rock 음악을 주로 쓰고 만지는 '스키니죠(Skinnyjoe)'는 2016년 싱글 [New phase]를 발매하면서 청자들의 귓속 저장공간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 속에 담겨있던 "#17"과 "#42"는 '스키니죠(Skinnyjoe)'의 배경을 충분히 나타냈다. 배경을 받쳐주는 더 넓은 배경, 또 그것을 받쳐주는 또 다른 배경. 결국은 배경 속에 배경이 뛰어노는 듯한 완전한 본인의 음악이었다.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높고 낮은 음을 직접 손가락으로 튕겨 귓불과 그 주위 살갗에 붙이며 그대로 흡수하게끔 만들어버려 꽤 오랜 기간 동안 머무는 것이 '스키니죠(Skinnyjoe)'이자 그의 음악이다.
이번 싱글 [#24(The Earth)]는 범위를 훨씬 넓힌 듯하다. 일단은 속도의 변화와 방향을 바꾸는 횟수를 의식하지 않으며 천천히 굴러가는 자전거를 생각나게 한다. 튕김에 반응하는 기타의 소리는 계속 반복되며 평안하지도, 불안하지도, 겸손하지도, 건방지지도 않은 오묘한 중심을 잡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배경이라 말할 수 있는 이 행성에 대한 연민과 사랑, 염려를 담았다는 이 앨범의 의도는 앞서 말한 오묘한 중심을 지켜나가는데 충분하다.
"세상이 어두워지기 전에, 내가 다시 노래하기 전에 멈춰줘.
이 은하 속에서 괜찮을 거야. 알아차리고 있다면 괜찮을 거야.
하늘이 잿빛이 되더라도 나는 너를 감싸는 사람이다.
이 동정심 속에서 괜찮을 거다. 네가 강해진다면 괜찮을 거다.
모든 작은 것들은 얼마나 놀라운지. 떠도는 별을 향한 눈물을 흘린다.
저 완벽한 구체에.
매일 나아지는 듯해 보이지만 결국엔 다 메말라 버릴 거야. 모두 메말라 버릴 거야."
이 세상의 배경이 되는 대상의 어깨에 한쪽 손을 올리며 한마디씩 툭툭 내뱉고 있는 그는 결코 자전거에 올라타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는 주체는 청자이며, 또는 이 행성이다. 아주 천천히 페달을 밟고 있는 우리의 뒤에서 매우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본인의 뜻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것은 뚜껑이 닫히지 않은 채 그대로 잉크 향을 내며 여유롭게 말라가는 '펜'과도 같다. 그의 이번 음악은 가만히 앉아 서랍을 열어보며 지난날들을 찾고 있는 어떤 이의 손을 절대 함부로 잡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벽지의 무늬패턴을 한 칸 한 칸 따라가고 있는 어떤 이의 시선을 절대 함부로 방해하지 않는다. 잊고 있었던 일정이 갑자기 떠올라 급히 옷장 문을 열며 알맞은 옷을 고르는 어떤 이에게 절대 함부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 끝까지 바보 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누군가와 함께했던 여러 날을 생각하며 양쪽 눈의 물을 만나게 하고 있는 어떤 이의 호흡을 절대 함부로 조절하려 하지 않는다. 억지로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본디 흘러가고 있는 사람의 속마음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바이며 어딘가에 있을 목적지일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Outro 부분 라디오 소리와도 같은 기타 연주는 현재 준비 중인 정규앨범에 수록될 다른 곡에 대한 복선이라고 하니 [#24(The Earth)]에서 못 다한 이야기, 그리고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우리가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함께 하게 될 그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기대해 본다.
-작가 박의림
#24, Skinnyjoe
어폐가 있지만 '한국식 브리티쉬'랄까. 물기를 잔뜩 머금은 사운드로 영국의 우울한 날씨와 습기를 담았지만, 이를 어쿠스틱 기타로 중화했다. 이질적인 두 나라 사이에서 장점만을 골라온 영민함이 눈에 띈다. 다소 우울이 걷힌 사운드는 듣는 이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곡 전반에 스민 영국 특유의 '잿빛'은 감성을 자극하는 촉진제가 된다.
영어로만 쓰여진 가사 역시 싱글의 분위기를 구성하는데 한몫 한다. 외국어가 선사하는 낯선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이라는 스키니한 구성 속에서 더욱 돋보인다. 유영하는 가사의 배치와 리버브를 활용한 사운드 스케이핑이 듣는 이에게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부유감을 선사한다.
곡에서 감출 수 없는 쓸쓸함이 묻어져 나오지만 무기력하지는 않다. 결국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모든 작은 것들'을 향한 위로이니까. "The Earth"는 사랑하는 이에게, 어쩌면 사랑하는 이 행성에게 보내는 찬가다.
-강민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