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로커빌리 트리오 '하퍼스'의 사랑이야기. 촉촉한 늦여름밤을 달래줄 어쿠스틱 싱글 [살랑살랑]
꼭 얘기해야지! 집을 나서기 전, 신발장 앞 전신 거울 속에 비친 걱정 가득한 소년과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비장한 표정으로 신발을 신고 힘차게 대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순간, 버릇처럼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오늘 밤, 이번 여름의 마지막 비가 내릴 수도 있으니 우산을 챙기세요.' 라고 상냥하게 알려준다. 목요일인 오늘은 네 번째 만남이다. 월, 화, 수 이전 세 번의 만남과 다름 없이 오늘도 별 말이 없다. 그저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만 할 뿐.. 아주 가끔 살짝 웃어주기는 하는데 그게 콧방귀인 지, 정말 좋아서 웃는 것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나에게 보여주는 그녀의 수줍은 보조개에 내 마음이 뺏겨버린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 나는 지금 매우 초조하다. 광안대교가 한 눈에 들어오는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하고 난 뒤, 캔맥주를 하나씩 들고 광안리 해변을 걷는다. 오늘 먹은 피자는 어떠했고 파스타는 어떠했고... 음식에 대한 얘기는 내가 묻지 않아도 늘 먼저 말해준다. "아 치즈가 너무 얇았어요, 면이 좀 덜 익었던데... 그런데 맛있었어요 히힛~" 그렇게 해변 끝까지 함께 걷다가 식사를 했던 장소 쪽으로 되돌아오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그래, 오늘이야! 사실 2시간 전,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고백 성공하는 방법'을 검색해봤다. '고백하는 장소로 마음을 열어주는 탁 트인 장소가 괜찮은데, 바닷가만한 곳이 없다.' 라는 댓글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바로 밑에 달린 댓글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사랑은 타이밍. 타이밍이 중요해요. 타이밍이 어정쩡하면 망고 땡이라카이!' 그렇지. 타이밍이 중요하지... 언제 말을 꺼낼까 속으로 끙끙 앓는 내 모습이 겉으로 보였는지, 그녀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괜찮아요?'라고 물어보는 그 순간, 가을 냄새 가득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노래와 통기타 김경수
둥둥 저음기타 현성용
검고 흰 건반 이광혁
작사와 작곡 김경수
편곡에는 하퍼스(김경수/이광혁/현성용)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은 천세훈 by rooTs record
제작 루츠레코드(rooTs recor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