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Freak. One of a kind.
XinSeha [7F, the Void]
장면 하나. 2016년 5월. 인디펜던트/언더그라운드 힙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 이름만으로 의미심장한 레코드 레이블 '스톤즈 스로우 레코드 (Stones Throw Records)'의 20주년 기념 파티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 레이블 창립자인 '피넛 버터 울프 (Peanut Butter Wolf)', '날리지 (Knxweledge)', '이집션러버 (Egyptian Lover)', 오드퓨쳐 레이블의 '얼 스웻셔츠 (Earl Sweatshirt) 등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 뜻밖의 이벤트의 오프닝 아티스트로 한국의 밴드 '신세하 앤 더 타운(Xin Seha & The Town)'이 무대에 올랐다.
장면 둘. 2016년 10월.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인 미국의 아티스트 '데브하인즈 (Dev Hynes)'의 솔로 프로젝트인 '블러드 오렌지 (Blood Orange)'가 한국을 찾았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시대의 사운드를 아우르는 개성적인 음악으로 피치포크와 힙스터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이다. 역시 '신세하 앤 더 타운 (Xin Seha & The Town)'이 오프닝 아티스트로 등장했다.
다양한 전위적 아티스트들의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지만 힙합에 뿌리를 견고히 두고 있는 '스톤즈 스로우'와 주로 알앤비와 신쓰팝의 경계에 걸치는 음악을 해온 인디팝 아티스트 '블러드 오렌지'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그 양쪽 모두와 함께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 '신세하 (Xin Seha)'는 그 어느 자리에서도 전혀 이질적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세하 (Xin Seha)'는 이미 존재했던 것들이 의외의 지점에서 의외의 융합을 이루며 탄생한 유례를 찾기 힘든 무엇 (One of a Kind)이며 슈퍼 별종 (Super Freak)이다. 래퍼 '김아일 (QIM ISLE)'의 앨범 [Boylife In 12'']를 프로듀싱하며 수면 위로 등장한 이후 본인의 데뷔 앨범인 [24Town] 한 장만으로 평단, 미디어, 인디음악 애호가 등 다양한 계층들의 시선을 잡아끌며 순식간에 씬의 아이코닉한 존재로 급부상했다. 불과 2년 남짓한 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24Town]은 그의 기호와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다채로운 요소들, 특히 과거의 댄스플로어를 뒤흔들었던 몇몇 특징적 장르들의 유전자들이 '신세하' 안에서 분열과 재조합을 거듭해 탄생된, 올드스쿨의 뉘앙스가 물씬하지만 동시에 독창적인 스타일의 댄스뮤직 앨범이었다. 신스팝, 뉴웨이브, 올드스쿨, 훵크 (Funk), 브레잌스 (Breaks), 시카고 하우스, 로맨티시즘, 프린스, 마이클 잭슨...다채로운 키워드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들의 특징적 면들이 그의 관점과 자아를 통해 전혀 새로운 무언가로 발화한 결과물, 그것이 [24Town]이었다.
댄스뮤직, 올드스쿨 훵크의 속성이 도드라졌던 전작과 달리 그의 새로운 작품인 EP [7F, the Void]는 오히려 슬로우잼알앤비, 혹은 스무스한 팝 앨범에 가깝다. 중성적 뉘앙스의 보컬, 영롱한, 때로는 축축한 무그 사운드, 건조하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그루브를 형성하는 빈티지한 질감의 드럼 등 신세하 특유의 음악적 개성들이 여전하지만 템포는 비약적으로 느려졌다. 전작이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무드를 제공했다면 본작의 그루브는 차라리 '적당히 몸을 맡겨도 좋다'는 정도의 스탠스랄까. 한편 [24Town]에서 파편적 키워드들의 나열로 일관하며 다소 난해하다는 인상을 주었던 노랫말은 본작에 이르러 보다 뚜렷하게 문장으로서의 형체를 갖춤과 동시에 내러티브를 가지게 되었다. 지난해 싱글로 먼저 공개했던 수록곡 '티를 내 (Timeline)'에서 일견 감지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심화되어 '시간 속 관계'가 비추는 다양한 면들을 응시하고 또 얘기한다. 첩보영화의 인트로처럼 은밀한 뉘앙스가 물씬한 인트로 '7F'은 결코 그럴 리 없음에도 '7층에선 밤이 지나지 않아'라며 끝나지 않는 밤을 열망하고 이 밤의 끝에서 기다리는 반복적 일상을 부정하려 한다. 로맨틱한 신스팝 '티를 내 (Timeline)'에서는 두 사람, 두 개의 타임라인이 부딪히며 발생하는 모순적 감정을 노래하며 '관계'와 '시간'의 상관관계를 고찰한다. 다크초콜릿처럼 끈적이는 알앤비, 팝 넘버인 '마음에 들지 않아'는 어딘가 어긋나고 있음에도 암묵적 동의에 의해 미묘한 정적 속에 있는 둘의 관계, 서로의 속을 재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동료 아티스트 '오존 (O3ohn)'의 백킹 보컬이 알앤비의 질감을 더하며 짙은 인상을 남기는 곡이다. 스무스한 발라드 넘버 'Balcony'는 낭만과 고독이 공존한다.
'네'가 없는 도시 속 고독한 자신의 모습이 매스꺼운 화자는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창 밖을, 창 속에 비친 자신을 응시한다. 은은하게 공간을 채우는 신쓰의 전면으로 드러나는 날카로운 드럼의 리듬이 귓가를 직격하는 마지막 노래 'Tell Her'는 힙합그룹 '아웃캐스트 (Outkast)'의 노래-라고는 하지만 사실 '안드레 3000 (Andre 3000)의 곡이나 다름없다-인 'Prototype' 속 가사 'We'll tiptoe to the sun'을 인용한다. 아티스트 본인의 통화연결음이라고 한다. 의도치 않게 날 선 말만 뱉는 자신을 발견, 더는 전화를 받지 않겠다는 노래 속 화자는 대신 통화연결음이 '너'에게 내 얘기를 해주길 소망하고 이는 'Tell her, telephone(전화기야, 그녀에게 말해줘)'라는 후렴구의 가사로 발화된다. 영롱한 신쓰 사운드와 어우러지는 후렴구의 반복이 은은한 여운을 귓가에 남기며 부드러운 터치로 앨범의 마침표를 찍는 곡이다.
EP [7F, the Void]는 가수, 작곡가, 비트메이커, 프로듀서인 음악가 '신세하 (Xin Seha)'의 통산 네 번째 발매작이자 소속 레이블인 'Greater Fools Records'가 인디씬의 주요한 레이블인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이는 세 번째 작품이다.
글: 김설탕(POCLANO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