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오래된 미래'의 사운드
뒤에서 눈부시게 비추는 조명 안에서 누군가 꿈틀댄다. 두 발을 바닥에 붙이고 좌우로 미끄러뜨리는 복고 댄스를 추는 이 자는 누구일까. 하얀빛에 숨었던 얼굴이 드러난다. '엘비스 프레슬리'?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남성미의 상징 구레나룻이 선명하다. 그가 한 바퀴 턴을 하는 순간 울려 퍼지는 명징한 신시사이저 사운드. '프린스'인가, '마이클 잭슨'인가. 과거에서 온 듯한 모습과 사운드 위로 미성의 노래를 툭툭 던지는 이 남자의 얼굴이 앳되다. 그는 누구인가. 요즘 인디신에서 가장 핫한 남자, '슈퍼 별종'(Super Freak) '신세하(Xin Seha)'다.
1993년생, 우리 나이로 스물넷의 이 청년이 왜 신스팝에 꽂히게 됐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분명한 건 1980년대 일단의 무리들이 신시사이저를 전면에 내세워 기타를 중심으로 한 기존 록 음악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물결(뉴웨이브)을 일으킨 것처럼, 지금 그의 음악은 2010년대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래된 것을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가장 신선한 것을 만들어내는 내공. 지난해 데뷔 앨범을 낸 20대 초중반 청년의 것이라고는 쉽게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이력을 보면 그의 색깔은 분명해진다. 한 번만 들어도 뇌리에 남을 만큼 매력적인 음색과 플로우를 구사하는 래퍼 '김아일'의 데뷔 앨범 [Boylife in 12"](2014)는 바로 '신세하'의 프로듀싱에 기반한 것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신세하'의 습작들을 텀블러를 통해 들은 김아일은 앨범을 함께 만들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최근 한국 힙합에서 가장 인상적인 데뷔 앨범을 합작해냈다. 뉴웨이브 사운드와 비트, 랩의 조화는 예상을 깨는 신선한 조합이었다.
'신세하'는 지난해 발표한 데뷔 앨범 [24Town]으로 마침내 자신의 음악 세계를 온전히 펼쳐 보였다.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뉴웨이브, 신스팝, 펑크(Funk) 기반의 댄스 음악은 올드스쿨 취향의 패션, 비주얼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데뷔 앨범에서 밴드 '혁오'의 '오혁'이 기타로 참여한 "대-인 Dance"는 '프린스'와 '마이클 잭슨'에게 바치는 헌사로 들린다. 별 뜻 없이 '댄스'의 앞글자를 따서 '대-인'으로 표현한 가사를 보면, 그가 뜻보다는 소리 자체를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세하'는 올 4월 싱글 앨범 [티를 내 (Timeline)]를 발표했다. 이는 소속 레이블 'Greater Fools Records'가 '십센치', '옥상달빛', '선우정아', '요조', '정차식' 등이 소속된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결과물이다. 기존 곡들이 댄스 음악에 가까웠다면, "티를 내 (Timeline)"는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신스팝 요소가 더욱 강하다. 댄스 음악이든, 밴드 음악이든, 힙합과의 콜라보든, '신세하'는 '신세하'다. 앞으로 그는 더욱 신세하다워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