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카잇 (Western Kite)' [Subtitle]
이 앨범은 하나의 탐험기와 유사하다. 아무런 확신이나 보장 없이, 홀연히 서쪽으로(혹은 서쪽에서) 떠나간 연. 세상이 그저 아름답고, 궁금해서라기보다, 바람이 불고 있고, 그 방향이 서쪽이었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레 서쪽으로 날아간 연의 탐험기를 떠오르게 하는 음악이다. '웨스턴 카잇'의 이번 앨범은, 뮤지션 개인의 작은 상념 혹은 어떠한 집념을 계속 곱씹으며 느끼게 되는 감상들로 채워져 있다. 대부분 연애 감정에 관한 내용이지만, 짝사랑 하나를 노래하더라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짝사랑이 계속되는 순간, 그 이후의 체념과 원망의 순간까지 다양한 감정의 조각들을 다룬다. 우리는 이 음악을 들으며 먼(혹은 가까운) 과거의 민망했던 감정과 홀로 이불을 걷어찼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지탱하고 있는 음악적 뼈대도, 신인의 음악이라 하기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견고하며 섬세해서, 차분한 감성과 유려한 연주가 다양한 음악적 재미를 준다. 이는 음악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남메아리의 솜씨인데, 재즈의 접근법이 음반 곳곳에 숨어있지만, '웨스턴 카잇'의 음악적 시야보다 멀리 앞서 나가지는 않으며, 포크와 팝적인 감수성이 잘 드러나도록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이 탐험기는 이제 막 도입부를 지났다. 이 음악이 어디까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당장은 노래 가사처럼 검은 스피커 속으로 몰입하며 이 음악을 더 깊이 느껴보자. 당신의 이불킥에 건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