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호' [방황의 계절]
방황의 계절 : 이외수 작사 박광호 작곡
사랑노래나 불러보자 : 박광호 작사, 작곡
편곡 및 일렉트릭, 어쿠스틱 기타 : 김광석
모듬북 : 김규형 그림 : 수니아 디자인 : 장윤정
그러니까 해질녘 시장 통에서 마시는 막걸리가 꽤나 구수하다는 것을 알기 시작할 무렵, 선배가 파르르 떨고 있는 희미한 형광등을 향해 담배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말 할 수 없는, 말로 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고-. 조금은 멋져 보이기도 했지만 선배는 슬퍼보였다. 지금은 엄마가 된 딸아이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 이야기다. 왜 이리 아플까? 아픔이 일상이라니-. 욕이라도 내뱉고 싶건만 더 큰 문제는 이 아픔을 말로 할 수 없다는 것. 말이 정제 되면 시가 되고, 시가 날개를 달면 노래가 된다고 했나... 그러나 우리네 삶은 침묵을 강요하기도 한다. 지난여름, 광호가 아프다고 했다. 나는 작은 무대를 꾸몄다. 그가 노래했다. 붉은 조명 아래였는데 희미한 형광등을 향해 올라가는 파란 연기가 떠올랐다. 나는 그가 아픈 것이 아니라 슬프구나! 라고 생각했다. 사두바바(힌두교 승려)가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한다고 했다. 그래야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고 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너는 더 아파야한다'고 했다. 오래 전, 인도에서 힐링 공부할 때, 그러니까 재롱을 부릴 딸아이가 내 눈앞에 없던 시절 이야기다. 제기랄!! 나는 아니, 우리는 아파야 되는 팔자인가 보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아프다는 '광호'의 노래가 나를 치유하다니-.
김진묵 (음악평론가)
몇 달 전 '광호'가 기타 치는 '김광석' 형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니, 얼마 전에는 함께 녹음을 한다고 했다. 녹음 일정이 잡힌 날, 나는 아침도 거르고 서울의 스튜디오로 갔다. 딸아이가 세상에 나올 무렵부터 드나들던 장충동 신세계 녹음실. 30여년만의 방문이다. 녹음에는 북치는 '김규형' 형도 함께 했다. 녹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 밤 깊어 녹음이 끝났다. 나는 음악 평론가로 평생 수많은 음반 해설을 썼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며 예술혼, 진정성, 창조성 같은 평론의 단골 단어보다는 시, 노래, 아픔... 이런 단어와 16년 만에 만난 딸아이와 그의 아이가 오버랩 되는 것은 무슨 조화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