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Classics BACH] 앨범 소개서
'이홍섭'의 [Back to Classics BACH]는 피아니스트 '이홍섭'의 피아노를 통한 첫 번째 독백(Pianologue)이다. '이홍섭'은 그의 3개월간의 '바흐' 편곡 작업을 Pianologue라는 직접 만든 단어로 정의했다. 말하자면 그가 피아노(Piano) 한 대로 이야기하듯 잔잔하게 풀어간 음악적 독백(Monologue)이라는 것이다. 이 음반은 그의 첫 음반인 동시에, 그의 편곡작업과 함께 앞으로도 진행될 Back to Classics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서 기획되었기에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바흐는 서양 클래식 음악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인 만큼, 이홍섭은 그를 주저 없이 Back to Classics 시리즈의 출발 지점으로 정했다. 피아니스트 '이홍섭'은 이번 음반에서 장르의 혼합을 꾀하는 동시에 시대를 아우르는 매개체 역할을 자청한다. 300년 전 바로크시대를 살던 바흐의 음악이 이홍섭이 설계한 부드럽고 정교한 현대음악의 화성과 만나 독창적인 작품으로 재창조된 것이다. '이홍섭'의 편곡을 통해 우리는 바흐의 오리지널 원곡이 주는 무게감은 물론, 그 시대의 음악적 특징들이 재기 넘치는 음악적 요소로 재탄생 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곡이라고 해서 결코 쉬운 음악은 아니다. '바흐'의 음악에 그만의 음악적 디테일을 수놓기 위해 '이홍섭'은 수많은 고민을 거쳤다. 88개의 건반을 열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누비며 선율을 엮어내는 그는 '바흐'라는 작곡가와의 대화를 통해 근 300년을 뛰어넘는 시대간의 소통과, 정통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의미 있는 화해를 이뤄냈다. 우리는 그의 [Back to Classics BACH] 음반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두 천재 음악가의 위태롭고도 아름다운 여정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1. Prelude No.1
작곡 : J.S. Bach
편곡 : 이홍섭
- 바흐의 기념비적 작품인 평균율은 따스한 봄의 햇살을 연상시키는 C장조의 평화로운 프렐류드로 시작된다. 피아니스트 이홍섭은 이 곡의 특징인 심플한 아르페지오 모티브를 서정적인 F장조로 편곡하여 풍부한 감성의 두 번째 주제와 융화시켰다. 바흐의 프렐류드는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가며 여러 조성의 음을 거쳐가는 것이 특징인데, 변화의 발전부를 지나 E플랫 장조의 재현부에서 다시 한 번 눈부신 하모니를 선사한다. 그리고는 수줍은 듯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는 코다로 마무리 된다.
2. Rondo Espressivo
작곡 : C.P.E. Bach
편곡 : 이홍섭
- 바흐의 사별한 아내 마리아 바바라 바흐의 두 번째 아들인, 카를 필립 엠마뉴엘 바흐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지만, 그는 바로크 시대와 고전파 시대를 잇는 다양한 기악곡을 남긴 훌륭한 작곡가였다. 깊은 애수를 간직하고 있는 그의 론도는, 피아니스트 이홍섭에 의해 심플하지만 정교한 텍스쳐로 편곡되어 아름답게 연주된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론도의 형식 안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데, 이홍섭의 절제된 연주는 곡의 감정 표현을 극대화 한다.
3. Invention No.1
작곡 : J.S. Bach
편곡 : 이홍섭
- 바흐의 인벤션 1번 C장조는 바로크시대의 폴리포니(다성음악)를 이해할 수 있는, 소품이지만 매우 정교하고 치밀한 작품이다. 이홍섭은 오른손의 주제를 왼손이 곧바로 이어받는 돌림노래 형식과 바흐 인벤션 1번의 주제를 익살스럽고 경쾌하게 조화시켰다. 이 바로크 스타일의 술래잡기는 코다에서 등장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의 프렐류드를 만나 재치있게 끝난다.
4. Invention No.13
작곡 : J.S. Bach
편곡 : 이홍섭
- 피아니스트 이홍섭은 본래 A단조인 바흐 인벤션 13번을 A장조로 새롭게 변신시켰다. 맑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된 곡은, 곧바로 인벤션 13번의 주제로 아름답게 응용된다. 오른손과 왼손이 긴밀하게 주고받는 투명한 인벤션의 하모니는 중반부에 깜짝 등장하는 바흐 프랑스 조곡의 가보트를 지나 재현부로 돌아와 다시 한 번 반복된다. 이 곡의 마지막은 인벤션 8번의 코다가 장식하는데, 그 진한 여운이 인벤션의 짧은 여정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5. Toccata
작곡 : J.S. Bach
편곡 : 이홍섭
- 기악의 화려한 기교를 뽐낼 수 있는 바로크 음악양식인 토카타는 바흐에 의해 7개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그중 C단조 토카타는 2017년 피아니스트 이홍섭을 만나 낭만적인 피아노 작품으로 재탄생 되었는데, 바흐 A단조 미뉴에트의 애틋한 서주를 지나 애수에 찬 푸가의 주제가 여러 성부를 걸쳐 대화하며 돌림노래처럼 이어진다. 유럽의 견고한 건축양식을 떠오르게 하듯, 주제가 빈틈없이 맞물리며 진행되어 긴장감을 높이는데, 다양한 색깔의 전조를 여러 차례 지나, 애처로운 주제의 메아리가 재즈의 옷을 입고 아련하게 사라진다.
6. Minuet
작곡 : J.S. Bach
편곡 : 이홍섭
- 바흐는 첫 번째 아내와 사별 후 안나 막달레나라는 두 번째 아내를 얻는데, 그녀는 바흐의 즉흥연주를 사보하는 능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바흐의 음악작업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내조의 여왕이었다. 바흐는 그녀를 위해 작은 소곡들을 많이 남겼는데, 이 곡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바흐의 쉬운 G장조 미뉴엣을 산뜻하게 편곡한 작품이다. 곡은 따스하게 내리쬐는 포근한 햇살이 연상되는 D장조의 서주로 시작되어, B플랫 장조의 3박자 미뉴엣을 지나,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6마디의 애틋한 코다의 진한 여운으로 마무리된다.
7. Minuet in 4/4
작곡 : J.S. Bach
편곡 : 이홍섭
- 영화 접속의 ost로 쓰인 사라 본의 ‘Lover's Concerto'의 원곡이 바흐의 미뉴엣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밝고 사랑스러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이 곡 역시 바흐가 안나 막달레나를 위해 작곡한 미뉴엣 중의 하나로, 현재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연주되며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뉴엣은 보통 3/4 박자의 우아한 춤곡을 뜻하지만 이홍섭의 색깔로 새롭게 선보인 이 작품은 4/4 박자를 갖추고 있으며, D플랫 장조의 사랑스러운 서주를 시작으로 바흐의 미뉴엣이 다양한 리듬과 다채로운 화성의 변화로 등장하여 듣는 이를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가벼운 터치와 깨끗한 페달사용이 곡의 투명한 색채를 한층 더한다.
8. Minuet in 3/4
작곡 : J.S. Bach
편곡 : 이홍섭
- 앞서 선보였던, 영화 접속의 미뉴엣이 3/4박자 C장조로 다시 편곡되어 등장한다. 이 곡은 바흐를 향한 여정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곡으로서, 미뉴엣의 3/4박자 강약약 리듬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으며, 최대한 심플하고 깨끗하게 편곡된 작품이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곡을 통틀어, 가장 위트 있는 코다를 지니고 있는데, 바흐 미뉴엣과 모차르트 반짝반짝 작은별의 주제가 오른손 왼손에서 반주 없이 동시에 연주된다. 이처럼 어울리기 힘든 두 천재 작곡가의 강제적인 음악적 소통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곡은, 바로크시대 음악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특징인 다성 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음악적 예시이자, 클래식 음악을 어려워하는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하는, 피아니스트 이홍섭이 앞으로 보여줄 독창적인 음악적 행보의 첫 발걸음인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