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비언스 일렉트로닉 앨범 [11] EP 발매 후
3년만에 첫 정규앨범 [Transparent Music]을 발매하는 아티스트 11.
모던 클래식, 미니멀리즘 계열의 피아노 솔로곡들과
재즈적 그루브, 프리스타일 드러밍이 이끄는 듀엣곡들이 교차하는 총 열곡의 인스트루멘탈 앨범.
아티스트 11의 음악은 듣는 이를 특정 분위기나 장면 속에 위치시킨다. 무엇을 말하려 하기보다는 감상자를 어떤 무드로 끌어당김으로써 스스로를 드러낸다. 이번 정규 앨범은 어쿠스틱 피아노와 드럼, 두 악기의 심플한 구성으로 만들어졌다. 최대한 단순하고 비어있는 상태를 지향한 이번 앨범은 리스너로 하여금 음악을 듣는 동안 그 여백에 머무르게 한다. 가사말을 전하는 노래, 실재 장소의 소리를 녹음한 엠비언스, 전자적 사운드 등 지난 EP 앨범이 기반했던 요소를 모두 비껴가면서 매우 다른 결과물을 들려준다. 그럼에도 아티스트 11이 듣는 이를 끌어당기는 애티튜드, 발화의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생동감 있는 피아노와 드럼의 연주로 시작하는 이번 앨범은 크게 모던 클래식, 미니멀리즘 계열의 피아노 솔로곡들과 재즈적 그루브, 프리스타일 드러밍이 이끄는 피아노와 드럼의 듀엣곡 총 열 곡으로 채워져있다. 아티스트 11은 정서적 상태를 담백하게 전달하는 악기로 업라이트 피아노를 선택했다. 바흐의 인벤션, 드뷔시의 표제곡, 사티의 소품곡에서부터 바르톡의 [마이크로코스모스], 모튼 펠트먼의 피아노 솔로 등 비교적 생소한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하면서 음악적 방향을 모색했다. 하지만 11에게 건반악기만으로 음악을 창작하게 된 계기는 즉흥이었다. 원거리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들으며 마치 소리와 듀엣을 하듯 연습했고, 그러한 방법으로 발굴한 모티프와 변주들이 곡으로 정리되어 앨범에 담겼다. 멜로디가 아닌 배경을 이루는 선율, 변칙적인 보이싱, 돌연한 장면전환을 이끄는 전개, 중저음이 강조된 업라이트 피아노 톤 등은 이 과정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세컨세션의 드러머 민상용은 이번 앨범에 드러머이자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했다. 11의 피아노 솔로곡들이 지닌 정적이고 미니멀한 늬앙스를 살리면서도, 드럼편곡을 통해 자유로운 리듬감과 편안한 그루브라는 레이어를 더함으로써 앨범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11은 그간 음악활동보다는 본명 김지연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작업에 집중해왔다. 전시장에서 소리 설치 작업을 선보이거나, 인터넷기반의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하는 등 음악의 외연을 넓히는 소리 작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소리를 경험하는 감각과 무엇이 음악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글로 쓰는 일을 병행했다.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투명한 음악'이라는 컨셉은 너머를 보여주는 유리창이나 소리를 드러내는 침묵이 지닌 투명함의 속성을 음악으로 구현하고자 한 본 작업의 모티프이다. CD 음반에는 11이 직접 쓴 '투명한 음악'에 대한 글이 한글과 영문으로 접이식 포스터에 수록되어있다.
11은 2017년 2월 3-4일, 문래예술공장에서 미디어아티스트 이강일, 안무가 송명규와 함께 라이브 스트림과 헤드폰으로 감상하는 음악회를 통해 [Transparent Music]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처음 선보였다. 본 앨범은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유망예술지원 MAP 2016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으며, 2017년 3월 2일 음원유통사 포크라노스를 통해 음원유통을 시작하며, 3월 6일 웨스트브릿지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온/오프라인 매장에 음반발매를 시작한다.
- 트랙 소개 -
모던 클래식, 미니멀리즘 계열의 피아노 솔로곡,
재즈적 그루브와 프리스타일 드러밍이 이끄는 듀엣곡.
01. "skating"
생동감이 피어오르는 분주한 도시의 소리들 위를 미끄러지는 피아노와 드럼의 연주. 얼음 위를 경주하는 두 명의 스케이터.
02. "christmas"
여백마다 브러쉬 질감이 칠해진 이 곡은 아련한 불빛이 깜빡이는 크리스마스 날, 길 위를 유영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03. "improv"
좌우대칭으로 이동하는 두 개의 선율에서 변주된 프레이즈들의 변주가 이어지는 미니멀한 피아노 전개. 피아노의 스타카토와 함께 돌연 중반부에 등장하는 드럼은 아프리칸 퍼커션의 느낌으로 음악을 환기한다.
04. "la nuit"
도시가 아닌 곳에서 도시의 밤을 떠올리며 만든 곡. la nuit는 밤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장모로가 주연을 맡았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05. "dots"
수돗가에서 점점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들으며 만든 곡. 락킹한 드럼이 피아노 악기를 몰아치면서 가려졌던 리듬감을 뚜렷이 드러낸 트랙.
06. "myth"
처연하게 이국적인 정서.
07. "carol"
겨울. 한해가 저무는 때 집에서 연주하고 싶어 만든 일종의 캐롤 음악. 편안한 그루브 위에서 걷다 쉬기를 반복하는 피아노, 그리고 장면의 전환이 있는 후반부.
08. "pop"
팝적인 느낌의 밝은 곡.
09. "field"
들판에 서 있다. 반복적인 피아노 루프 프레이즈에 눈꺼풀이 내려올 때쯤 찾아오는 드러밍.
10. "duet"
두 무용수의 듀엣 장면을 위한 안무 음악으로 만들었던 곡. 감상자와 함께 한없이 느린 파도를 타고 함께 호흡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피아노의 배음을 최대한 곡 안으로 끌어들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