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재명' [오늘의 일기]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다. 어떤 이는 보석 같다 말하고 또 누군가는 햇살에도 비유하는 그런 순간들. 과연 그런 순간들에 오롯이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정작 그 아름다운 순간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을 땐 귀를 막고 소리만 지르다가, 시간이 지나 손바닥 안에 황량함만이 남아있을 무렵,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 순간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반짝이던 시간이었는지.
"고독' 이라는 시에 시인 '백석' 은 이렇게 썼다. 별안간 뇌성벽력이 울부짖고 번개불이 어둠을 채질했다. 다음 순간 나는 내가 몸에 피를 흘리며 발악했던 것을 깨달었고 내 주위에서 모든게 떠나갔음을 알았다. 그때 나는 인생의 제2과를 슬픔과 고적과 애수를 배웠나니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생략)..오! 하늘가에 홀로 팔짱끼고 우-뚝 선 저 - 거무거리는 그림자여......
나 또한 그와 같이 인생의 제 2과를 배웠다. 하여, 이 곡을 만들었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실수에 '이런 힘없는 반성을 해서 뭐하나 싶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을 보며 다시 지속적인 것의 힘을 확인한다. 아직도 그 후회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틱처럼 반응하다가도, 문득 내 곁에 머물며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에게 고마울 때가 드문드문 찾아온다. 고맙습니다.
황망한 사나이 '정차식'. '정차식' 형의 목소리만큼 이 곡의 황량함과 또 그를 마주한 황망한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이 있을까 싶다. 피쳐링을 부탁 드렸을 때, "노래 좋던데요~ 거 합시다 뭐~" 라며 호방하게 수락해 주셨던, 까탈스런 디렉팅도 웃으며 이해해 주시던, 뮤직비디오 촬영에서도 배우 못지않게 열연해 주신 '정차식' 형에게 이 자릴 빌어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