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친절하지 않은 매혹
편하지 않다. '쾅프로그램'의 음악이 처음 들을 때부터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팝처럼 착착 귀에 감길 일은 없다. 작년 가을 발표한 이들의 새 앨범 [감은 눈]에는 "노래로서의 인간의 목소리는 거의 사라졌고, 흥얼거릴만한 멜로디도 없다"거나 "이 음반 역시 기괴하지만 섬세하고 커다랗게 뒤틀린 소리와 리듬으로 가득한, 지금 들을 수 있는 가장 재미있고 날 선 결과물이다" 같은 추천사가 붙었다. 흥얼거릴만한 멜로디도 없고, 기괴하지만 섬세하고 커다랗게 뒤틀린 소리와 리듬으로 가득한 '쾅프로그램'의 음악에 매혹되는 이들은 점차 늘고 있다. 편하지 않고 낯설기도 하지만 귀 기울여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리들이다.
친절하지 않다. 이들은 [감은 눈]을 카세트로만 발매했다. [감은 눈]을 비롯해 몇 장의 음반을 발표했지만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는 건 첫 정규 앨범인 [나 아니면 너] 정도다. 스스로 음반을 만들고 공연장을 중심으로 판매한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이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편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이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음악이, 그 소리가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리듬에서 오는 쾌감이 있고, 이들 특유의 어둡고 불안한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정서가 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은 주술에 가깝다.
[감은 눈]은 '쾅프로그램' 음악의 한 정점이었다. 리더 '최태현'을 중심으로 포스트 펑크의 연장선에서 시작한 이들의 음악은 '밤섬해적단'의 '권용만'이 드러머로 새롭게 가입하며 즉흥성과 함께 사운드의 영역을 더 넓히고 있다. 여전히 기타와 드럼이라는 2인조 구성이지만 이들이 표현하는 세계는 인더스트리얼이나 노이즈 일렉트로닉이라 해도 좋을 더 넓어진 소리의 풍경을 연출해내고 있다. 물론 그 안에서 음울하다거나 불안하다고 느껴지는 정서적인 부분을 결코 놓지 않는다.
콘크리트 벽, 그저 멤버들을 보여주고 벽에 그림자를 만드는 역할만을 하는 조명, 이 단순한 배경과 조명은 '쾅프로그램'의 음악과 꼭 어울린다. 추천사처럼 영상 속의 음악에서 노래로서의 인간의 목소리는 거의 사라졌고 흥얼거릴만한 멜로디도 없다. 마치 주술을 걸듯 '최태현'의 목소리는 사운드와 함께 친절하지 않은 매혹을 만들어낸다. 매혹을 알아채는 건 결국 듣는 이의 몫이다. 영상에서 부르는 "감은 눈"도, "서울"도, "앰뷸런스"도 음원 사이트에선 들을 수 없는 노래들이다. 다른 노래들보다 더 품을 들여야 하지만 그럴 가치가 음악 안에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