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어는점, 마음의 녹는점, 사랑의 끓는점
너와 내가 서로의 빛이 되는 순간 [사랑의 단상 Chapter 6 : 36.5˚C]
"당신의 이야기가 우리의 노래가 됩니다"
팬들의 사연을 노래로, 세상에 기록된 우리의 이야기
파스텔뮤직 대표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의 단상]
"저는 사랑이란 궁극적으로 우리가 서로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내가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살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너를 살게 함으로써 나 역시 살 가치가 있게 되기 위해서. 그러므로 사랑에 관한 글인 한에서, 저의 마지막 문장은 당분간은 이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곁에 있어줄게, 우리가 온전해지기 위해서." - 신형철(문학평론가)
*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십 년,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롤랑 바르트 저서 [사랑의 단상]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된 파스텔뮤직의 대표 콘셉트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의 단상]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앨범 [사랑의 단상 Chapter 6 : 36.5˚C]를 선보인다. 2008년부터 시작되어 다섯 번째 앨범부터 팬들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한 [사랑의 단상]은 파스텔뮤직과 함께 울고 웃으며 추억을 공유해준 팬들에게 헌정하는 선물이 될 것이다. 진심을 담아 보내온 편지와 뮤지션이 직접 고른 이야기로 행간에는 더 많은 사연을, 선율에는 더 내밀한 감정을 담을 수 있게 됐다.
* 사랑이라는 추상이 노래가 되어 울려 퍼지다
서울, 경기, 제주, 부산, 대구, 음성, 강릉 등 전국 23개의 공간에 사연함을 설치, 온라인 접수를 포함해 74일 동안 접수된 사연은 총 4,069통. 이 중 세 가지 이야기가 먼저 세상에 공개되었다. 손영호 씨의 이야기는 지난 12월에 짙은의 '첫눈'이 되어 내렸다. 이어 임은미&박기준 예비부부의 이야기는 헤르쯔 아날로그를 만나 '너와의 달밤을' 함께 그려보는 곡이 되었고, 익명의 사연은 이나래의 '공중일기(空中日記)'로 기록되었다. 마침내 2017년 2월, 정규앨범에는 참깨와 솜사탕, 홍재목, 스트레이, O.O.O가 직접 선정하고 오랜 시간 마음에 품어온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 사랑이라는 추상은 노래가 되어 상처받은 마음들이 거니는 이 땅에 온기의 씨앗으로 뿌리내린다. 팬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전시로, 공연으로 풀어내는 파스텔뮤직이 전하는 우리의 보편적 사랑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수록곡 소개]
01. 홍재목 - 청춘(靑春) (sub title) by 구현우(시인)
그때 그 시절 '행복했던 우리'를 그린 송은아 씨의 사연이 이곳으로 날아왔다.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다는 말. 그 말처럼 두 눈에 바깥을 지운 채 서로만을 온전히 담는 시간이 있다. 그러나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좋아서 손을 힘껏 잡았지만 네가 아파하는 것처럼. 빨갛게 부어오르는 나의 왼손과 너의 오른손. 그렇게 타이밍이 조금씩 어긋났지만 '너였던 계절'은 '결핍'이 있어 아프도록 눈부셨다고 말할 수 있다.
나눠 낀 하나의 이어폰에서 둘은 다른 소리를 들었던 걸까. 같은 열차를 타고 달려왔지만 그 '계절'을 분기점으로 너는 왼쪽으로 나는 오른쪽으로 가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욱 간절했던 사랑이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으려면 손가락은 모두 엇갈릴 수밖에 없기에. 상처를 주고받았을지라도 그때의 모든 건 행복이었다. 네가 있던 세상은 봄이 되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되어 지금도 내 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아무것도 없었기에 서로가 더 간절했던 시절, 서로에게 서로가 전부가 될 수 있었던 시절이 흘러 그때의 우리는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회상하듯 번지는 반주 위에 담백해서 더 슬픈 홍재목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큰 울림을 만든다. '한 뼘' 거리를 두고, 멀어지고 흐려지는 지난날을 돌아보게 만든다. 부서질까 봐 추억에 손끝이 닿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오늘날의 너와 나. '지금 우리를 기억해줘'라는 가사 속의 '지금 우리'는 함께 청춘이었던 날의 연장선에 서 있다. 그때의 빛은 농도가 옅어질지언정 끝끝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마음 어딘가에 끝없이 변주되는 선율로 남아 맴돌 뿐, 푸른 봄날에 핀 꽃은 색깔과 향기를 바꿔가며 오래 피어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윤동주가 노래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청춘과 가장 맞닿아 있는 단어들이 아닐까. 2017년 겨울, 홍재목은 또 다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이 시대의 청춘을 살아가게 한다.
02. O.O.O – 텅
김수진 님이 보내온 이야기를 최대한 가사로 녹여냈다. 한 번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온기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깨닫지도 못한 어느 순간, 어둠은 걷히고 빛은 스며들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호수에 물결이 일렁인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한 내적 변화를 담은 어쩌면 신비스럽고 어쩌면 놀라운 이야기. O.O.O의 텅은 마음에 깊숙이 들어온 사랑을 노래한다. 고독하고 어두웠던 마음은 상대의 온기로 인해 서서히 변화하고 있음을 노래한다. 어둠 속에 갇히지 않도록 힘쓰는 상대의 존재가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인지를 전하고 싶은 곡이다.
03. 참깨와 솜사탕 - 따뜻한 것 (title) by 오은(시인)
HM님의 사연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던 곡이다. 2017년 겨울, 참깨와 솜사탕이 뜨거운 사랑이 아닌 따뜻한 사랑을, 따뜻해서 더 미더운 사랑을 노래한다.
여기,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닳고 닳아서" 정말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 옆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해 애타는 사람이 있다. 내가 힘들 때 누구보다 먼저 어깨를 토닥여주기에, 나한테는 온 마음을 다해 웃어주기에,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강력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이 내 주위를 맴돌고 나를 향해 몸과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뜻한 사랑은 너를 계속 지켜보겠다는 의지와 너를 끝끝내 지켜주겠다는 믿음이 결합될 때에만 가능하다. 지고지순한 사랑은 묵묵함과 꾸준함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귀로 듣지 않아도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알 때, 사랑은 가장 강력한 힘을 얻는다. 그런 사랑은 사소한 오해나 주변에서 하는 말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애타는 한 사람은 마침내 '愛'타는 두 사람이 된다.
세상에는 불타오르는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랑은 은근하고 어떤 사랑은 스며들며 어떤 사랑은 천천히 끓어오른다. 고속 열차처럼 재빨리 빠져드는 사랑도 있고 자전거처럼 경쾌한 사랑도 있으며 한 발 한 발 걷는 일처럼 끈기를 요하는 사랑도 있다. 걷는 사랑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일처럼 조심스럽고 그것이 길어지면 지루하기까지 하다. 동시에 걷는 사랑은 너의 보폭에 나의 보폭을 맞추는 일, 너의 리듬에 나의 리듬을 싣는 일이므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걸음과 걸음 사이에는 늘 상대를 향한 마음이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더없이 따뜻한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것이 우리 사이에 있"는 한,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뜨거운 것은 식어버렸을 때 사람을 낙담하게 만든다. 반면, 따뜻한 것은 여간해서 차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뜨거운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따뜻한 사랑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참깨와 솜사탕은 밴드 이름만큼이나 고소하고 달콤한 곡들을 만들어왔다. 여기에 이제 따뜻함이 추가되었다. 아몬드 초콜릿이 아몬드 '핫'초콜릿이 된 셈이다. 겨울에 이렇게 어울리는 노래가, 사계절 내내 곁에 두고 싶은 노래가 또 어디 있을까.
04. 이나래 - 공중일기(空中日記)
익명으로 보내온 사연으로 제작됐다. '내가 구름을 걸어온 걸까'라는 짧은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 순간의 느낌을 따라가고 싶다는 의지와 이토록 짧은 이야기를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으로 만들고 싶다는 열정이 '공중일기(空中日記)'를 탄생시켰다. 사랑을 시작할 때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멜로디와 조그만 일기장에 써 내려간 것 같은 솔직한 가사는 마치 애니메이션 알라딘 속의 두 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사랑을 시작하는 그 순간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곡이다.
05. 짙은 – 첫눈
온라인으로 사연을 보내온 손영호 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됐다. 짙은이 읽어낸 사연의 배경 속 첫눈은 마냥 포근하고 설레는 첫눈은 아니다. 쌓이지도 못하고 흩어지는 쓸쓸한 첫눈이다. 그러나 첫눈이 아름다운 건 그간의 추억을 내내 품고 발산하는 계절의 첫 결정체이기 때문이며, 쌓이지 못해 가로등 아래 노오란 빛을 받으며 홀홀히 흩날리는 운동감 때문이다.
음악 전반에 깔린 어둠은 암흑 아닌 백야. 까만 밤 가로등 아래에 뿌옇게 번져있는 것 같은 그의 음색은 과잉 없는 편곡 덕에 마치 지금 이 순간 어딘지 모를 다른 차원에서 온 것만 같다.
'첫눈'은 낯설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다. 쌓이지 못하고 어디론가 흩어지는 첫눈을 닮은 당신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노래가 끝날 무렵 이미 세상에 내려진 첫눈에 물들어 가슴속에 간직해두었던 기억 한 조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강렬했던 사랑이 지나면 긴 겨울이 찾아오듯 당신의 가슴에 각자의 선명한 첫눈이 수놓아지기를.
06. 헤르쯔 아날로그 - 너와의 달밤을
설렘 가득한 손편지를 보내온 예비부부 임은미, 박기준 씨의 이야기다. '삶이 가장 환한 조도로 빛나는 온기 가득한 사랑의 한순간'이라는 앨범 콘셉트에 부합한 사연으로, 미디엄 템포의 경쾌한 멜로디로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노래한다. 곳곳에 달밤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가 자리 잡고 있어 듣는 즐거움마저 선사한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너에게서 흘러나오는 단어로 우리의 밤을 상상하네 별빛 가득한 그 꿀 같은 밤을 너와의 달밤을'이라고 보내준 사연이 가사에 그대로 차용됐으며, 이후의 구절은 헤르쯔 아날로그의 상상을 거쳐 완성됐다. '너와의 달밤을'은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곳이 폐허라 해도, 꿈꾸고 사랑할 수 있는 상대가 있기에 아직은 행복할 수 있다고.
07. 스트레이 - Eyes on me
'그냥 내가 힘들고 지칠게'강렬한 단 한 줄의 익명의 사연은 보컬 Leevi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리고 Leevi의 고등학생 시절의 경험을 녹여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길을 잃은 채 고민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친구에게도, 그녀에게도 솔직할 수 없는 남녀 간의 위태로운 상황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 잘못된 마음인 걸 알면서도 억누를 수 없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그루브한 보이스와 리드미컬한 멜로디를 덧입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곡을 완성시켰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배치되어 [사랑의 단상 Chapter 6 : 36.5℃]가 전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