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주' 미니앨범 [blossom], 마음에도 꽃이 피다
10년도 넘게 유지하던 긴 머리를 짧게 잘랐다. 나와 함께 힘든 날들을 보낸 상처 난 머리카락을 그 때의 낡은 나와 함께 버리는 의식 같았다. "난 이제 달라졌어." 단순하게 머리를 잘랐다고 달라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4집 때는 슬픔에 빠진 나약한 모습에서 벗어나 강해져야겠다는 다짐이 담겨있고, 그 결심으로 서서히 밝아지고 화를 낼 힘도 생긴 나의 모습이 이번 미니 앨범 [blossom]에 담겨있다. 이제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몸도 마음도 많이 건강해졌다. 꽃이 피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봄이다.
이번 미니 앨범에는 싱어송라이터 '흑꼬'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심심해", "same thing", "꽃이 피듯이", 더클래식의 '박용준'씨가 작곡, 프로듀싱한 "사랑은 여기 머물러", "영혼만은 영원토록" 이렇게 총 5곡이 담겨있다. 나는 "사랑은 여기 머물러", "영원만은 영원토록"을 작사했고 "꽃이 피듯이"를 '흑꼬'와 함께 작사했다.
1. 심심해
이 곡의 주인공은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할 무렵이다. 혼자 홍대 골목도 돌아다니고 카페에서 음악 듣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 그 사람의 연락을 계속 기다리며 함께 있고 싶어한다. 내가 그린 이 주인공은 좀 귀여운 친구이다. 끌어올리는 멜로디들이 많은데 앙탈부리듯 애교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귀여운 노래를 계속 부르다 보면 나도 나이 들어 사랑스런 할머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 Samething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누구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주는 단 한 사람과의 진실하고 순수한 사랑을 꿈꾼다. 나도 그렇고... 그렇게 믿었던 주인공이 애인의 거짓말을 알아채고 화를 내는 노래이다.
3. 꽃이 피듯이
흑꼬와는 2000년도부터 알아왔다. 내 고민들을 아는 흑꼬가 내 얘기로 가사를 써보겠다고 1절을 먼저 써서 건네었고 2절은 내가 작사하고 후렴은 함께 작사했다. '바람에 눈이 시려와 등을 돌려버렸지 이제는 바람을 향해 걸어가며 눈물을 말리려 해.' 바람을 피하기만 하던 나약함을 버리고, 바람이 불더라도 해가 지더라도 달빛이 있다는 생각으로 그 바람에 눈물을 말리며 걸어가겠다는 내 다짐을 담았다.
4. 사랑은 여기 머물러
마음에 꽃이 피어 있다면... 나의 꽃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꽃이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물을 주고 있는 관계라면 너무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그 꽃은 훨씬 붉고 탐스럽게 피어나겠지... '외로운 너의 마음 속 피어있는 꽃에 물을 주고파.'
5. 영혼만은 영원토록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빛깔이 변한다. (변해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그 시절에 멈춰 변하지 않는다. 이루어질 수 없어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이 되어버린다. 내 슬픈 사랑을 이렇게 위로해 봤다. 가장 오래 고민해서 쓴 가사라 더 애착이 가는 곡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