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의 '이선규', 그리고 '뜨거운 감자' 의 '고범준' 이 만났다. 전자음악 프로젝트 '옷옷' 의 첫 번째 싱글 [OO]
'자우림' 과 '뜨거운 감자' 가 만났다! 근데 이게 뭐얔!! 뿅뿅거리는 전자음, 웃음을 자아내는 샘플링. 춤을 춰야 할지, 웃어야 할지 당최 모르겠는 비트. 이 위트 넘치는 음악의 주인공은 두 명의 남자다. '자우림' 의 기타리스트, '이선규', 그리고 '뜨거운 감자' 의 베이시스트 '고범준'.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의 남성 듀오 '옷옷 (OTOT)' 의 정체를 알고 깜짝 놀랐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단언컨대 음악만 듣고 '옷옷' 의 정체를 알아차릴 사람은 없을 거다. '자우림' 과 '뜨거운 감자' 의 만남! 하지만 '옷옷' 의 음악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두 밴드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말 황당한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이 황당함은... tvN 드라마 미생물에 깜짝 출연한 '이선규' 의 로봇 연기를 봤던 충격에 비할 수 있겠다.
'이선규' 와 '고범준' 은 지난 2007년 '페퍼민트 클럽' 이라는 팀으로 EP [No Hope] 를 발표한 바 있다. '김C', '고범준', '이선규' 의 삼인조 밴드 '페퍼민트 클럽' 은 음악은 상당히 좋았지만 이상하리만치 화제가 되지 못했다. (이 팀의 음악은 지금 들어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이듬해인 2008년에 발표된 '뜨거운 감자' 의 4집 [The Journey Of Cultivating A Potato Field] 는 세션 기타리스트 체제로 녹음됐고 '이선규' 가 몇 곡의 녹음을 도왔다. 당시 '뜨거운 감자' 의 공연에는 '조정치', '홍갑' 이 기타 연주를 맡았는데 둘 다 스케줄이 있는 경우 '이선규' 가 대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이선규' 와 '고범준' 은 차근차근 음악적 교감을 쌓았다.
'이선규' 와 '고범준' 은 함께 연주를 하며 서로의 음악 ('자우림', '뜨거운 감자') 에 일렉트로니카 성향이 적지 않게 내제되어 있음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같이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두 곡 "OO", "AA" (발음 : 오오, 아아) 는 뭐라고 한 마디로 규정짓기 힘든 음악들이다. 옷옷이라는 샘플링 된 보이스가 계속 반복되는 처음 "OO" 를 처음 들었을 때는 '볼빨간', '곤충스님 윤키' 가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인 견해다) 한편으로는 몇몇 마니아들에게 한국의 '크라프트베르크' 라 회자되는 '이재민' 의 "골목길" 이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옷옷' 이 "OO" 와 "AA" 를 만든 이야기가 흥미롭다. "OO" 는 두 멤버가 팀명을 정한 뒤 옷이라고 외치고, 읊조리고, 속삭이고, 징징대는 목소리를 샘플링해 아날로그 리듬머신과 신디사이저에 장난처럼 입혀본 곡이다. 본인들은 옷이라 발음했지만, 아무도 옷으로 듣지 않아서 제목을 "OO" 로 했다. "AA" 는 아무 생각 없이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의도로 작업한 곡이다. 본인들은 춤을 추며 절로 입으로 흥얼댈 수 있는 단순한 멜로디를 입혔다고 하는데... 이 곡을 들으며 춤을 출 것인지 말 것인지는 알아서들 판단하면 될 것 같다.
'옷옷' 의 음악은 최근 유행하는 EDM의 트렌드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음악을 자세히 들어보면 이들이 트렌드에 편승하려고 '옷옷' 을 결성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아직 이 두 곡만으로 뭘 단정 짓기는 힘들겠지만,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선규' 와 '고범준' 이 기존 팀들의 색이 아닌 뉴트렌드 오빠들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으며 음악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옷옷' 은 OO와 AA를 시작으로 두 달에 한 번 싱글을 발표하고 라이브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과연 어떤 재미난 비트로 우리를 춤추게 할지 유쾌한 마음으로 기대해보자. (글 : 음악전문기자 '권석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