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록 밴드 챔피언스의 두 번째 앨범 [낯선 시절]
혹시 챔피언스를 기다렸나? 데뷔 앨범 [Champions]를 깊이 아끼면서 들어왔다면 아닐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완성형이었던 음악, 관조적이고 우아한 무드 등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처럼 느낀 근거는 여러 가지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앨범을 안 기다리길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믿음을 주기를 잘했다는 뜻이다. 사람은 불안정하게도 지금보단 다음, 이것보단 다른 것을 보기 마련이니까. 두 번째 앨범 [낯선 시절]은 다음 앨범이라기보다 2007년에 발표한 [Champions] 이후의 길게 이어진 시간 속에 있다. [낯선 시절]이 [Champions]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앨범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악적으로든 음악외적으로든 많은 것이 변했다. 음악적으로는 좀 더 가벼워졌다. 깊은 한숨에 가까웠던 정서는 짧은 탄식으로, 회고적인 가사는 단절의 확인이 아닌 인정으로, 성마른 면이 있었던 사운드는 유려하게. 챔피언스의 이름으로 ‘Surfer Girl’같은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음악외적으로는 양용준, 강정훈이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제작자가 되면서, 더욱 온전하게 그들의 음악과 삶에 대한 시각을 반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시절]에는 오래전의 챔피언스가 그대로다. 버스-브릿지-코러스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기승전결의 음악적 구성, 90-00년대 모던록의 유산을 부정하지도 피하지도 않는 당당한 취향, 고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구久어를 통해 노래의 본령인 자연스러운 리듬을 추구한 가사, 무엇보다 좋은 멜로디를 우선하는 음악가로서의 양식이 변함없다. 말하자면 이것은 2016년에 어울리지 않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이야기가 아니라 순간인, 음악이 아니라 유행인, 어른이 아니라 아이의 무책임한 면만을 취하는 철부지 어른으로 가득한 2016년 말이다. ‘수족관’은 어른이 어른의 일을 할 때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순간(“오, 아름다운 우리의 바다 파도는 없지만 우아한 고요가 넘친다”)을 그려낸다. 황인경(전기뱀장어) 같은 젊은 목소리가 구어를 노래하는 ‘27층’의 형언하기 어려운 무드는 챔피언스의 태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간명하게 그들의 음악에 관해 얘기할 수 있는 오랜 동료 김상혁(코스모스)이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아 ‘찰랑’대는 모던록 사운드가 더욱 돋보인다. 가없을 듯한 젊음을 지나 ‘낯선 시절’을 살아가기 위한 챔피언스의 선택은 옳았다. 음악만이 이 세계가 허락한, 시간을 가두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정우영 ([GQ KOREA] 피쳐 에디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