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단어가 있다. 들으면 알 것 같지만 사전적으로 규정하면 재미없어지는. 음악장르가 아닌 어떤 음악스타일을 지칭할 때 등장하는 이름들이 주로 그렇다. 인디팝, 인디록.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듯한 이 명칭들의 애매함을 비웃곤 하지만, 이따금 이 단어가 등장해서 찰싹 달라붙는 순간이 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bbdTRIO)의 음악이 그렇다.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는 그 동안 2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등의 드라마 OST에 참여했던 빅베이비드라이버를 주축으로 결정된 3인조 인디록 밴드이다. 빅베이비드라이버로 활동하는 최새봄이 기타와 보컬을 맡고, 그의 이전 밴드였던 아톰북 시절부터 함께 했던 백옥성이 베이스를 맡아 리듬감 넘치면서도 순진했던 초기 인디록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비둘기우유”의 드러머이기도 한 이용준은 특유의 섬세한 연주로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의 삼각형을 완성한다. 이 셋은 2011년의 어느 시점부터 여유롭게 사운드를 다듬어 왔다. 2013년 4곡이 담긴 데모를 레코드폐허에 출품했으며, 아주 가끔 공연을 하며 관객들과 호흡을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느리게 조율해오던 취향의 윤곽이 분명해진 2015년 겨울, 트리오는 녹음할 곡을 정하고, 가장 적합한 녹음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6년 2월,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아쉬움으로 광주음악창작소의 피크뮤직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8곡의 원테이크 녹음은 일렉트릭 뮤즈의 수장인 김민규의 프로듀싱과 믹싱, 후반 녹음으로 마무리되었다.
“We were trying not to disturb you”
이 앨범이 부제인 “We were trying not to disturb you”은 아톰북 시절부터 언급하던 문구이다. “방해하지 않으려 했습니다…“라는 말은 어쨌든 방해가 된 지점에서 내뱉는 말로, 존재 자체가 민폐인 노래 혹은 사람일지 모른다는 걱정과 겸연쩍은 정서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하게 되는 것에 대한 자기 변명과 사족의 이 문구는 십여 년이 넘도록 최새봄의 마음에 남아있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의 결성에는 밴드와 음악에 대한 욕심과 미련, 그리고 뻔뻔함이 가득했다. 서로의 취향이 조율되고, 앨범이 완성되어 가던 과정도 그랬다. 이 걱정과 뻔뻔함의 정서는 앨범의 첫 번째 노래부터 여유있게 펼쳐진다. 백옥성과 이용준이 가장 자신있게 연주한다는 “This Time Is your Time” 은 긍정적인 가사와 함께 리듬앤블루스에 대한 그들의 애정을 드러낸다. 뒤를 잇는 "A line in the Sky”는 베이스 리프와 경쾌한 드러밍이 돋보이는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 식의 인디록 넘버이다. “D”는 오래 전 만들었지만 끝을 맺지 못했던 밤의 기분을 가진 노래이며, 흔들리는 리듬과 불안한 피치 비브라토 키보드가 인상적인 "How does the lonely bird look like”는 빅베이비드라이버 트리오의 블루스 트리뷰트라고 할 수 있다. 강렬한 퍼즈사운드의 기타 리프가 주도하는 “Golden Boy”는 트리오가 가장 최근에 완성한 연주곡으로 앞으로 그들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던진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하는 “도레미송”의 가사에서 따온 "La (A note to follow so)”는 앨범의 부제인 “We were trying not to disturb you”와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연주곡이다. “도레미송”의 영어 가사에서 도레미파솔시가 모두가 두운에 맞춰서 새로운 뜻을 가지는데 반해 “La”는 “그 다음에는 라”라는 식으로 얼버무려진다. “Sonic Tune” 역시 오랫동안 간직했던 곡으로 인디록과 90년대 록음악에 대한 트리오의 취향이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앨범의 마지막 곡 “Untitled”는 가라앉는 정서와 상승하는 구조의 긴 연주곡이다. 적당한 이름없이 “Untitled”로 불리던 이 연주곡은 이용준이 미정이라는 이름의 아기 길고양이를 구조했던 기념으로 새로운 의미의 “Untitled(미정)”가 된다. 이 곡은 특히, 아련한 음색을 지닌 싱어송라이터 아를이 보컬로 참여해 색다른 느낌을 연출한다.
bbdTRIO
최새봄(보컬, 기타)
이용준(드럼)
백옥성(베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