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추며씽얼롱' [무인도]
오랜 텀의 싱글이다.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유하고, 부담 없는, 그러나 고독과 우울이 저변에 깔려있는 독특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었다. 통찰력 있는 비유를 통해 소재를 시각화 시켜내는 것은 밴드의 예외 없는 강점이다. "무인도" 라는 가사적 배경에서의 내러티브와 디테일, 그리고 미니멀 하지만 포인트를 잘 살린 기타 톤과 베이스라인이 만들어내는 미장센이 어우러져 풍부하고 깊이감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두 번째 트랙인 "감기" 는 서투른 첫경험을 표현한, 섹슈얼한 가사지만, 현대예술의 장난스런 패스티시처럼, 은유와 우의를 내포한 곡명으로,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센스가 돋보인다.
'춤을추며씽얼롱' 은 EP와 두 개의 싱글을 통해, 본인들만의 창작 영역을 착실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음악적인 지향점이나 자아에 대한 소신이, 이제는 정규앨범을 위한 스타일적 기반이 안정적으로 다져진 느낌이 든다. 특히 이번 신보는 계절에 콘셉트를 맞추지 않은 점이 재미있다. 연상되는 이미지에 단순히 편승하는, 기회적인 노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대범하게까지 느껴진다. 그간의 숨막혔던 캐롤 퍼레이드와 계속되는 한파에 피로를 느낀다면, 이 앨범과 함께 열대섬에서 홀로 외로움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