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호' [하루살이] "하루살이"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살아간다는 요즘 청년들의 모습을 빗대어 얘기하는 말이기도 하죠. 또한 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루살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저의 모습과 상황을 솔직하게 담아 낸 곡이에요. 평생 해왔던 무용을 그만두고 노래를 하겠다고 패기 있게 홍대에 나와 활동하기 시작했고 열심히 앨범도 내고 공연도 많이 했지만, 그저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어요. 막연하게 꿈꿔왔던 내 모습은 좀처럼 가까워지질 않더군요. 그 사이 친구들은 사회에서 자리도 잡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는 와중에 슬럼프도 오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도 겹쳐서 오고 내 인생이 내 것 같지가 않았었죠. 모든 게 다 귀찮고 싫어지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어릴 적 피아노밖에 쳐본 적 없던 내가 너무 무모하게 이 바닥에 뛰어들어 이렇게 낙오하는구나.. 내가 어리석었어. 라는 생각으로 포기 직전까지 갔었죠.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내 자신을 정말 철저하게 괴롭혔던 시기였어요.. 이제 그만둬야겠다 결심하고 마지막 앨범도 내고(4분만 울게) 마지막 공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집에 들어와서 침대에 코 박고 엎어져서 한바탕 울어버리고 돌아 누웠는데 이 노래 가사와 멜로디가 그냥 술술 입에서 흥얼거려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좀 웃긴 상황이었는데, 정말 그렇게 울다 말고 그 흥얼거림을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그걸 우리밴드에서 건반 쳐주는 지훈이한테 보내서 건반 입히고, 준용이가 기타 입히고.. 그런 상황 중에 좋은 분들을 만나 다시 한 번 힘을 낼 기회가 왔죠. 처음엔 이 기회를 내가 잡아야 하는 건가.. 겨우 포기할 용기를 냈는데 다시 헛된 꿈을 꾸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결국 포기보다 다시 한 번 더 해볼 용기를 내기로 했고 이 곡이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이 곡은 우리는 모두 잘 될 거야, 라는 희망곡이 아니에요. 그냥 적어도 내 인생을 포기하지는 말자, 하루살이라 할 지라도 하루하루 잘 살아내보자 하는 노래죠. 지금 시대가 참 힘을 내기 힘든 시대인 것 같아요. 그래도 '나'를 포기하진 말아요 우리. 저마다 살아가는 속도와 방식은 달라도, 모두 잘 해내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매번 너 같이 노래 못하는 애가 무슨 음악을 하냐고 구박해도 앨범내면 꼬박꼬박 다운로드 받고 기사에 댓글도 달고 배경음악도 내 노래로 설정해두는.. 노래에도 등장하는 우리 엄마, 그리고 가족들, 친구들. 무지한 나와 같이 밴드 해주느라 고생하는 우리밴드 아이들, 편곡해주신 피디님, 계속 노래할 수 있게 해주신 대표님.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힘내자 청춘! 힘내자 나의 30대. -2016년 5월, 가호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