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잡다,혹은 순간에 사로잡히다.
-드러머 Siya의 새로운 도전
싱어송라이터 Siya의 첫 Ep <순간을 잡다> 가 5월 30일 발매를 앞두고 있다. 국카스텐, 혁오 등 기존의 인디 팬덤에서는 물론, 일반 청중들에게서도 열렬한 지지를 받는 밴드와 싱어송라이터가 늘어나는 요즘의 추세 속에서 그의 이름이 특히 주목을 받는 까닭은 역시 ‘드러머 출신’ 이라는 Siya의 특이한 경력 때문일 것이다.
Siya는 ‘야야’, ‘온달’, ‘텔레파시’, ‘네스티요나’ 등 굵직한 밴드들을 거치며 특유의 리듬감과 독보적인 그루브감을 무기로 그만의 개성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드러머다. 어느 밴드에서나 ‘영입 1순위 드러머’로 손꼽히는 그가 수많은 밴드들의 러브콜을 뒤로 한 채 자신이 직접 작사와 작곡, 편곡, 프로듀싱을 도맡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안정적인 리듬감으로 멤버들의 뒤를 묵묵히 받혀주던 그가 들려줄 ‘Siya만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번 Ep 앨범의 첫 인상은 앞서 언급한 그의 경력을 되짚어볼 때 다소 의외일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장르를 넘나들며 개성이 강한 드러밍을 선보여온 그이기에 90년대의 브릿팝, 모던록, 드림팝등의 스타일을 표방하는 다섯 곡의 담백한 넘버들은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물론 사운드의 기반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그의 드러밍은 노래에 생동감을 더해주며, Siya 특유의 사이키델릭한 뉘앙스가 앨범 전반을 감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놀랍도록 섬세하고 깊은 그의 목소리일 것이다. 고음부에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속에 담긴 솔직 담백한 가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기억과 아픔, 자신에 대한 고민을 나열한다. 소위 말하는 ‘겉멋’을 일체 배재한 이번 앨범은 결코 화려하거나 트렌디하진 않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그의 솔직한 이야기와 목소리에 조용히 집중하게 된다.
1, 2번트랙 ‘그래 그랬을 거야’ 와 ‘흔들흔들 거리는 내 눈동자’ 는 각각 지나온 사랑에 대한 단편들과 누구나가 갖고 있는 짝사랑에 대한 기억들을 몽환적인 브릿팝 사운드로 들려준다. 유독 동료 음악인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3번트랙 ‘Nice Dream’ 은 이별한 연인이 곁에 없는 이 시간이 마치 꿈인 것 같다는 감성적인 가사가 호소력 짙은 Siya의 목소리와 무척 잘 어울리는 곡이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화자의 모습과 ‘자신만의 음악’을 위해 동료들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Siya 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후 현악기와 기타 사운드 의 조화가 일품인 4번곡 ‘그저 그냥 걸어갈 뿐이야’ 와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하는 5번 ‘순간을 잡다’까지 듣고 나면 그의 유난히도 맑은 영혼의 깊숙한 부분까지 들여다본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Siya는 스스로 이 앨범을 ‘많은 분들에게 신세를 지며 만든 앨범’ 이라고 평한다. 그의 영원한 음악적 동료이자 친형이기도 한 이호진(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 기타리스트) 이 녹음에서부터 프로듀싱, 믹싱, 마스터링의 전과정을 진두지휘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동료 뮤지션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앨범의 녹음과 제작을 도왔다는 후문이다. 이는 인디 씬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일화일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Siya만의 음악’을 진심으로 궁금해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제 2의 음악인생’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