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의 타이틀은 발칙하게도 [POP]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료한 타이틀은 코가손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어디에 지향점을 두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많은 밴드들이 탁월한 연주와 출중한 보컬을 내세운 ‘록’음악을 한다면, 코가손은 단순한 코드웍(chords work)을 중심으로 멜로디를 앞세운 ’팝’을 연주한다. 귀를 사로잡는 좋은 멜로디와 직관적인 구성, 어쩐지 내 얘기 같은 노랫말을 갖춘 말 그대로 ‘파퓰러 송(Popular song)’이다. 이들은 전작 EP [오늘부터]에 이어 3인조 밴드의 포맷과 방법론을 가지고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팝의 형태를 첫 정규앨범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10개의 노래들은 밴드와 같은 동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래된 추억들이 새로운 것에 밀려 사라지는 풍경들을 매일같이 마주하는 도시에서 그들은 이런저런 경험을 하지만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는 채 감당해야 할 것들만 넘쳐난다. 하루쯤은 작은 방을 벗어나 근사한 사치를 부려보는 것을 꿈꾸는 이들은 그럼에도 여전히 삶을 버티게 해주는 미약하지만 소중한 존재들을 놓지 않고자 한다.
이전부터 센스있는 멜로디 감각을 보여줬던 프론트맨 김원준 특유의 미성숙한 창법은 오히려 그의 멜로디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뿐만 아니라 ’좋은 하루’나 ‘호텔’ 등과 같은 그런지록부터 ‘배드민턴’, ‘너의 방’ 같은 코가손표 발라드까지 각각의 노래들을 하나의 큰 틀로 묶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연주와 2~3분 내외로 끝나는 러닝타임은 청자들로 하여금 지루할 틈 없이 노래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한편 EP에 이어 다시 한번 로고 캐릭터 가손이를 전면에 내세운 아트워크는 역시 디자인스튜디오 오디너리 피플의 작품이다. 이들은 앨범 디자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호텔’의 뮤직비디오 디렉팅까지 맡으며 또 한번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을 이뤄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