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감의 그 남자, '인수김'에 바치는 송가 '로다운 30' [인수김블루스]
인디 음악을 즐기는 이라면 어디서라도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이 남자. 최강의 펑크 밴드 '크라잉넛'의 키보디스트이자 극악의 하드코어 밴드 '에로디'의 보컬리스트. 홍대 인근의 크고 작은 공연을 빼놓지 않고 챙기며 분신술이라도 쓰듯 이곳 저곳의 라이브클럽을 찾으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음악 애호가. 아이패드를 안주 삼아 한 잔 하는 걸 즐기는 애주가. 그리고 그 외모, 미친 듯하다는 정도로 수식하기엔 부족한 참을 수 없는 존재감을 지닌 사나이. '로다운 30'의 [인수김블루스]는 바로 이 남자, '김인수(a.k.a인수김)'에게 바치는 송가이다.
제목이 말하듯 블루스다. '로다운 30'의 음악적 뿌리가 블루스에서 뻗어 나왔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런데 이처럼 단숨에 "블루스다!"라고 선언하듯 끈적하게 쏟아내는 노래는 처음인 것 같다. 더욱이 유례 없는 것은 '윤병주'의 보컬. 느긋한 셔플 리듬 위에서 능청스러우면서도 달달하게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꿀이라도 삼킨 듯 하다. 노래 내내 거듭 반복해 "인수김"을 부를 때마다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이 느낌은, 브로맨스 같이 닳아버린 말로는 마땅치 않은, 애정과 우애와 존경에 약간은 놀리는 듯한, 그러면서도 두려움마저 뒤섞여 있는 바로 그런 정서. 이 정도 되면 이건 송가를 넘어 '연가'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원래 지난 3월 발매된 블루스 밴드 '제이브라더스(J-Brothers)'의 1집 [No Blues No Life]에 히든 트랙으로 수록된 곡이다. '제이브라더스'의 '정태경'이 그의 오랜 친구에게 바치는 '규하김'을 들은 또 다른 절친 '윤병주'가 영감을 받아 만든 후 노래의 당사자 '김인수'가 오르간 연주에 참여하여 결국 수록까지 하게 된, 얽히고설킨 우정의 거미줄 속에서 만들어진 노래다. '제이브라더스'의 앨범이 오로지 CD와 공연을 통해서만 유통이 되었던 바, 이번에 특별히 디지털로 발매하게 되었다.
사실 디지털로 발매하게 된 데에는 '인수김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비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윤병주'의 생각도 한몫 거들었다. 부산의 그런지 록 밴드 '언체인드'의 '김광일'이 연출한 비디오는 슬로모션으로 참을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인수김(a.k.a김인수)'의 하루를 담고 있는데, 어딘가 나사 빠진 듯한 느낌을 받다가도 기어이 어느 순간에 이르면 현웃이 터지고 마는 게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한창 노래와 비디오를 즐기고 나면 왠지 '인수김'이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버려 우연히 홍대 거리에서 마주하면 친근한 마음에 아는 척을 하고 싶어질 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때는 이 노래의 가사를 곱씹어보기 바란다. 모두에게 자상한 듯 보이지만 마음 속에 분노가 가득한 '인수김'이기에, 술이라도 한잔 하는 날에는 지옥이라는 걸 보게 될 지도 모르니까…
'제이브라더스'와 왕코프로덕션이 공동으로 제작하여 붕가붕가레코드 디지털 싱글 시리즈 28번째 작품으로 발매한다. 작사/작곡/편곡 '윤병주'. 연주는 '로다운 30' 멤버들과 함께 '김인수'가 키보디스트로 참여했다. 녹음/믹싱/마스터링은 '최성준'(스튜디오801). 커버는 '이기호'가 디자인했다. 디지털 유통은 '포크라노스'가 맡는다. - 글 / 곰사장(붕가붕가레코드) 아티스트 소개 – '로다운 30'
'로다운 30 (Lowdown 30)'은 '윤병주'(보컬/기타), '김락건'(베이스), '최병준'(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록 밴드다. 90년대 밴드 '노이즈가든'에서선보인 독보적인 연주와 사운드로 당대의 주목 받는뮤지션 중 하나가 된 '윤병주'가 밴드 해체 이후 지인들과 재미 삼아 합주를 해보겠다는 목적으로 결성,이후 2003년 베이시스트 '김락건'이 합류하고 최근 드러머 최병준이 들어오면서 현재와 같은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로다운 30'이란 밴드 이름은 '윤병주'가 처음 밴드를 만들면서 지향했던,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저질스러운/능글맞은(Nasty) 느낌으로 훵키(Funky)한 비트와 리프를 가진 록 음악을 형용하기 위해 영어 쓰는 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Lowdown Dirty'라는 표현과 운을 맞춰 지어진 것이라 한다. 숫자 '30(Thirty)'는 밴드 이름을 지을 무렵 '윤병주'가 서른 살이었고 당시 막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메일 주소 지을 때 자기 나이 같은 걸 뒤에 붙이는 게 유행이었던 것도 이름 짓기에 일조했다고. 어쨌든 이런 맥락이라면 '로다운써티'라고 읽는 게 적절해 보이나, '로다운 삼십', '로다운 삼공' 혹은 '로다운 서른', 어떻게 읽던 무방하다고 한다.
애초 지향하던 바에 블루스의 영향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단순히 '블루스(만) 하는 밴드'로 제한하는 것은 사실 옳지 않다. 그들이 즐겨 커버한다는 '지미 헨드릭스나크림'등 6~70년대 블루스 록 밴드들이 당대에 그러했고 향후의 음악에 그러한 영향을 줬던 것처럼 이들의 스타일 역시 보다 포괄적이고 확장 지향적이다. 굳이 지칭한다면 '클래식 록을 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적절한 듯 하지만 힙합을 비롯한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활발하게 콜라보를 하는 행보를 감안한다면 역시 클래식이라는 단어도 딱 들어맞지는 않는 듯. 따라서 멤버들이 얘기하는 대로 듣는 이들 스스로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2008년 1집 [JAIRA]를 발표했다. 결성된 지 5년을 넘은 후의 때늦은 데뷔(?) 앨범이었다. "Just Another Indie Rock Album (그저 또 하나의 인디록 앨범)"의 약자를 앨범 제목으로 삼은 밴드의 시니컬한 태도를 드러냄과 함께 그들의 지향점인 하드하면서도 끈적한 음악이 담겨 있는 앨범이었다. 이후 2011년 1집의 보다 즉흥적인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EP [Another Side Of JAIRA]를 발매한 데 이어 2012년에는 2집 [1]을 발표했다.
두 번째 정규 앨범임에도 첫 번째 혹은 시작을 의미하는 [1]이라는 제목이 붙은 데서 느껴지듯,이 앨범에서 '로다운 30'은 클래식 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섭렵하고자 하는 밴드의 스타일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냈다.이러한 지향은 그들의 싱글 작업에서 확실하게 드러나는데,힙합 아티스트 주석과 함께 한 싱글 [아스팔트](2011)와 롤러코스터의 보컬리스트 '조원선'과 함께 한 싱글 [너무긴여행](2013)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로다운 30'은 평단이 좋아하는 밴드이기도 하다. 2012년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 부문 후보, 2013년에는 올해의 음반 및 최우수 록 음반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수상하지 못한 걸 보면 사랑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2013년에는 서울소닉의 북미 투어에 참석, SXSW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나 CMW (캐나디언 뮤직 위크) 등 유수의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다.
앨범 이상의 강력한 사운드를 선사하는 공연을 통해 다양한 청자를 매료시키는'로다운 30'은 2015년0.12톤에 육박하는중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재즈음악계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 받을 만큼섬세한 기교를 겸비한 젊은 드러머 '최병준'을 영입하면서 라인업을 정비한 후 새로운 소속사인 붕가붕가 레코드와 계약하며 새 싱글 "더뜨겁게 (Feat. 김오키)"를 발매했다.유례없이 훵키한 리듬으로 듣는 이를 절로 춤추게 만드는 이 곡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수상하며 '로다운 30'에 또 한번의 즐거움을 안기기도 했다. 2016년 현재, '로다운 30'은 정규 3집을 준비 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