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덞의 다른 색깔이 엮여 만들어지는 하나의 스펙트럼을 이루다. 소리와 영상의 멀티미디어로 시청각을 동시에 공략하는 밴드 '실리카겔' 의 새 싱글. [두 개의 달]
밴드 '실리카겔' : Biography - '실리카겔 (SilicaGel)' 은 '강동화' (VJ), '구경모' (베이스), '김건재' (드럼), '김민수' (기타/보컬), '김민영' (VJ), '김한주' (건반/보컬), '이대희' (VJ), '최웅희' (기타)로 이뤄진 8인조 밴드다.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말라는 그 물질이 결성할 당시 마침 근처에 있었고 그게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실리카겔' 의 첫 번째 특징인 즉흥과 자유 연상이다. 2015년 8월 발매된 그들의 데뷔 EP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 의 긴 제목 역시 멤버들 각자가 즉흥적으로 떠올린 단어의 조합으로 지은 것이라 한다.
EP 발매 이후 그들의 이름이 귀 밝은 이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밴드 이름에 착안하여 실제 실리카겔 (방습제) 포장에 담긴 CD 패키지가 흥미롭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와 더불어 들려온 주된 풍문은 굉장한 라이브를 보여주는 밴드가 등장했다는 것. 여기서 보여준다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리카겔' 의 두 번째 특징이다.
빈틈 없는 솜씨의 연주로 종횡무진하며 광포함과 유쾌함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다섯 멤버들의 무대는 세 명의 다른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영상의 실시간 VJing과 어우러져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삼켜버리는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애초 2013년 평창 비엔날레 출품을 위한 미디어 퍼포먼스 팀으로 뭉친 게 밴드의 시작이었고 그래서 '실리카겔' 에게 보이는 것은 들려주는 것 만큼이나 유전자 안에 깊숙하게 새겨져 있다.
여타 밴드와 달리 여덟 명의 대식구가 함께 하는 까닭이다. 그 중 연주하는 다섯 멤버는 모두 곡을 쓴다. 그런데 그 취향이 사이키델릭부터 포스트록, 드림팝, 네오 가라지에 심지어 힙합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두루 섭렵한다. 자칫 산만해질 수도 있는 위험을 절묘하게 피해내며 한 밴드로서의 합 (合) 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들의 역량. 거기다 세 명의 VJ는 단순히 무대 퍼포먼스를 거드는 역할을 넘어 연주자들과 동일한 지분을 가지고 소리와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밴드의 볼 것들을 만들어낸다. '실리카겔' 의 세 번째 특징, 여덟의 다른 색깔이 어우러져 다채롭고 풍부한 하나의 스펙트럼을 이루는 것이다.
매인 것 없이 자유롭게, 소리와 영상의 멀티미디어로 시청각을 동시에 공략하는, 폭넓고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진 밴드가 나타났다. 심지어 젊다.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의 리더 '성기완' 의 표현을 빌자면 Brave New Sound! 새로이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와 손을 잡고 싱글 [두개의 달] 발매와 함께 정규 1집을 준비하고 있는 '실리카겔' 의 2016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실리카겔' New Single [두개의 달] - 한 명이나 두 명이 도맡아서 곡을 만드는 보통의 밴드와 달리 '실리카겔' 의 독특한 점은 연주하는 멤버 다섯이 모두 곡을 쓴다는 점이다. 그것도 단순히 모티브가 되는 멜로디나 전체적인 얼개를 짜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곡에 들어가는 요소들을 세세히 설계하는 수준이다.그리고 멤버들 각각이 서로 취향과 생각,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 자칫하다 콩가루가 되기 십상인 설정이다.
실제로 작년 발매했던 데뷔 EP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 에 실린 곡들은 '김민수' (기타/보컬) 와 '김한주' (건반/보컬) 가 쓴 곡의 스타일이 각각 달랐다. 그리고 이번의 싱글 [두개의 달] 은 '구경모' (베이스) 의 곡. 과연 '실리카겔' 의 세 번째 작곡자는 과연 어느 곳으로 향하게 될까?
시작부터 역시 만만치 않다. 힙합을 연상시키는 비트의 전주는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과 함께 성우를 연상시키는 능글맞은 나레이션으로 이어진다. "두 개의 달" 과 네 난쟁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주 구체적이지만 정작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종잡기 어렵다. 잔뜩 불길한 분위기만 조성하던 이야기는 갑자기 2분경에 이르러 돌변, 갑자기 연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2분이 지나고 나면 모든 소리가 넓은 곳으로 뻗어나가며 절정. 그런데 이내 다시 원래로 돌아가 그 사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끝을 맺는다. 그리하여 6분에 달하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끝나면 듣는 이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게 하나의 노래라고? 심지어 노래가 맞나?
'구경모' 는 이 곡의 주된 정서 혹은 세계관을 충돌이라 표현한다. 상반되는 믿음 혹은 사고 방식이 마주하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맞부딪히고, 그러다가 부서지고 어긋나며 서로 의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 실제로 전체를 뜯어보면 두 개의 곡으로 나눠 떨어질 만도 하다. 문제적 난쟁이들에 의해 멸망으로 향하며 처음과 끝을 이루는 이야기/나레이션 부분의 러닝 타임이 약 3분 30초 정도고, 그사이에 낀 연주 부분의 러닝 타임은 2분 30초이니 각각 한 곡이라 해도 무방한 길이다.
그럼에도 이 이질적인 두 노래는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들을 착실하면서도 다채롭게 전개하며 하나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듣고 난 후 정체는 명확하지 않지만 깊은 잔상이 남는 것은 이러한 까닭. 디스코그라피에 아직 한 장의 EP 밖에 없는 신인 밴드라고는 믿기지 않는 야심과 비범함이 느껴진다. '구경모' 는 이 곡을 작업하면서 새삼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밴드의 위력을 느꼈다고 한다.
애초 대곡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시작한 노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서로 이질적인 두 부분을 한 곡 안에서 시도하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선지 처음에 데모를 만든 단계에서는 주변에서 이해가 잘 안 되고 너무 우울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곡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멤버들과 함께 하는 과정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곡을 끌고 나갔다. 그 결과 전체적인 구성이 설득력을 갖고, 우울한 부분은 덜어지고, 아름다워졌다. 이처럼 밴드 멤버들과 함께 했던 과정을 '구경모' 는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이런 아름다운 새끼들.
그리고 '구경모' 가 각본을 쓰고 '강동화' 와 '김민영' 두 VJ가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실리카겔' 은 시청각을 겸비한 밴드로서 곡을 완성하게 되었다. 나레이션의 내용에서 모티브를 딴 비디오는 크로마키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의 합성으로 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B급 정서를 자아낸다. 특히 악역 촉촉수 역을 맡은 기타리스트 '최웅희' 는 촬영 현장에서 연주보다 연기가 낫지 않겠냐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명연을 펼치고 있다.
이제 싱글 [두개의 달] 의 발매와 함께 '실리카겔' 은 3월 6일 (일) 상수역 인근 판당고에서 실리카겔 달맞이 큰잔치 두개의 달이라는 쇼케이스를 연다. 모르는 얼굴들이 하나 둘 씩 모이더니만 어느새 매진이 되었다는 작년의 단독 공연에 이어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첫 어쿠스틱 무대와 함께 큰잔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멤버들이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될 예정이라고. 예매는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본격적인 정규 1집 준비에 들어간다니 '실리카겔' 의 2016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붕가붕가레코드의 26번째 디지털 싱글이다.작사/작곡/편곡 '구경모'. '실리카겔' 멤버들이 연주했다. 녹음과 믹싱은 밴드의 기타리스트 '김민수' (스튜디오 BM-42104) 가 직접 진행했고 마스터링은 '김남윤' (하늘세탁 스튜디오). 커버 디자인은 '이규찬' 이 밴드의 VJ '이대희' 와 함께 했다. 디지털 유통은 포크라노스. 섭외 및 문의는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