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2014년 낙엽 부는 11월의 어느 날, 뺀짠과 관자놀이를 잇는 관악의 창작음반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가 세상에 나왔다. 하나의 음반이라고 하기엔 각각의 곡들이 담고있는 노래도 연주도 너무나 다르다. 재즈에서 헤비메탈까지 헤집는 장르는 물론이고 담담한 심상에서 솔직한 찌질함까지 극에서 극을 달리는 가사들을 듣노라면 이리저리 널을 뛰는 분위기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맥락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통통 튀는 카우벨소리와 중독성 있는 hook로 무장한 '나상현씨밴드'의 "늦은새벽"을 시작으로 '플레이버드 (FLVRD)'의 Jazzy한 코드진행과 별들이 쏟아지는 듯한 다이나믹한 리듬의 "설렘", 이어지는 '어덜트샤워'의 은밀하고 자극적인 성인감성을 노래한 "Unforgettable"은 앨범의 전반부를 담당하며 감상자의 온 몸을 흠뻑 적신다.
분위기를 전환하며 트랙을 공감각적 사운드로 가득 채운 '모반'의 음악은 무한한 존재로 얽혀있는데,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억압된 그 존재들은 '타마린'의 "강신무의 춤"을 통해 하얗게 승화된다. 앨범의 후반부에 이르러 다섯 남자 '다섯가지자유'의 그루브한 롹앤롤은 낯선 그녀와의 '자유'로운 'sex'망상으로 오르가즘을 선사하고, "미친 딸랑이"는 분노로 변한 욕망을 '지하'로 가는 growling을 통해 표현하며 앨범의 피날레를 맡은 '강감찬밴드'의 "씨발 개같은 년아"는 절규 뒤에 숨겨진 눈물을 삼키며 마지막을 장식한다. 사실 음반에 담긴 음악들을 하나로 묶는 건, 이 노래들이 관악의 밴드들에 의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와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 나와 별다를 것 없는 삶을 노래한다는 것 말이다. 이 앨범은 관악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름 모를 이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을 함께 들으며 우리는 관악을 새삼 향유하는 것이다. 이 음반을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가 관악에서 함께 들을 음악들이 점점 늘어가길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