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한 커튼 정규 3집
“수상한 커튼의 1년” 리뷰
시작의 끝은 ‘다시’ 시작
위로의 시간, “수상한 커튼의 1년”
지난 2015년은 수상한 커튼에게 치열함으로 기억될 것이다. 매 월 쉼 없이 싱글을 발매하며 1년을 지낸다는 건 아마도 스스로와의 치열한 싸움 없이는 매듭짓기 어려웠을 거다. 종종 싱어송라이터들이 곡을 만들어내며 호소하는 고통과 부담을 듣곤 한다. 내면의 감성을 긁고 짜고 태우며 곡을 만들어 내는 뮤지션들의 경우 그 고통은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수상한 커튼 또한 그러했으리라 짐작한다. 자신이 처한 시간과 상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타일 때문이다. 시의적 심상을 바탕으로 곡을 만들어 낸 “수상한 커튼의 1년”은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리뷰에 앞서 치열한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게 된 그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 1년이 수상한 커튼의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채워진 반면, 그녀의 음악을 매 월 만나온 팬들의 입장은 복잡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위로의 시간이었다. 예술가가 상심과 체념을 스스로와 분리시키는 과정이 예술을 마주하는 관객에게는 그렇게 이렇게 위로가 되기 마련이다.
수상한 커튼은 2015년 1월 첫 싱글 ‘그녀에게’를 발표하며 내놓았던 약속을 지켜냈다. 매 월 한 곡 씩 싱글을 발표하고, 마지막에 그 싱글들을 모아 앨범으로 발매하겠다던 약속이다. 지난 해 발표했던 11곡의 싱글은 마지막 싱글 한 곡과 함께 정규 3집 앨범 “수상한 커튼의 1년”으로 완성되었다.
11곡의 싱글이 나올 때마다 매 월 리뷰를 써왔기에 모든 곡이 개별 싱글로서 익숙함에도 이번 앨범은 새롭고 완성도가 높다. 마치 흐름을 계산하고 앨범을 먼저 완성한 듯 짜임새 있게 흘러간다. 싱글로 들었을 때보다 진하게 위로받을 수 있으며, 수상한 커튼의 매력에 더 깊게 빠질 수 있다.
앨범에 함께 수록된 마지막 싱글은 깊고 잔잔한 위로가 담겨 있는 ‘다시’. 이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심정을 ‘사랑’에 빗대 풀어냈다. 그녀는 “시작이라는 단어는 항상 설레고 두렵습니다. 거기에 ‘다시’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더 어렵고 두렵겠죠.”라며 곡 설명의 운을 뗐다. 일 년의 프로젝트를 끝내는 후련함, 동시에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 하기에 밀려오는 두려움을 노래로 만들었다.
마지막이자 시작이기에 가장 수상한 커튼스러운 분위기로 곡을 만들었다는 그녀. 그녀의 바람대로 이번 싱글은 체념과 절망을 표현하듯 무겁게 곡을 이끌어가지만 묘한 미소를 담아내는 수상한 커튼표 미스테리 발라드로 완성되었다. ‘정말 늦은 것은 아닐까? 다시 할 수 있을까?’라며 두려움을 드러내보지만 ‘시간은 멈춘 듯 흘러 그 자리에’라는 이어지는 가사에서 묘한 긍정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시작의 끝은 다시 시작이다. 그 시작이 어긋나도 다시 출발점에 서야하고, 그 시작이 완료되어도 또 다른 시작과 마주해야 한다. 시간이 멈춘 듯 흘러 그 자리에 놓이고 마는 시작의 굴레. 다행인 건 다시 선 그 자리가 같더라도 사람은 언제나 새롭다는 거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