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주체가 되어 연주하는 도시의 음악
Urban Ritual by SklavenTanz
Recorded by SklavenTanz at A Random Rainwater Pumping Station (06.07.2011)
1. 음악적 공간으로서의 도시
도시라는 삭막한 공간은 반복적으로 소리 혹은 소음을 발생시킨다. 도시 공간의 주민으로서 인간은 이러한 사실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도시의 소리를 활용하거나 소음에 저항하여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음악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창작자인 인간이다. 하지만 도시 공간은 바로 이 순간에도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으며, 곳곳에서 소리들의 새로운 조합이 시도되고 있다. 다시 말해 도시 공간은 음악적 요소로 충만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가 주체가 되는 음악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것이 가능하다면, 도시가 음악의 주체로 전면에 나서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일까? 조용훈과 최정훈이 구상한 실험음악 프로젝트인 스클라벤탄츠(SklavenTanz)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고 도시의 음악을 실현시키기 위해 시작되었다.
2. 음악적 주체로서의 도시
음악의 주체는 음악에 대한 의지를 갖고 어떠한 식으로든 음악의 생산 과정에 개입을 해야 한다. SklavenTanz는 도시라는 공간이 수많은, 때로는 상충하는 의지와 욕망을 지니고 있다고 가정한다. 최정훈은 이렇게 말한다.
“도시는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의 손에서 탄생했지만, 규모가 커지고 유기성을 갖추게 됨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는 인간의 손을 떠나버렸어요. 도시의 확장과 운영은 보이지 않는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표면적으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하는 것으로 보여도 궁극적인 목표는 어떤 완성된 형태의 도시를 이룩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요. 그렇게 본다면, 도시에게 음악적 의지가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음악의주체가되기위한두번째요건인 ‘음악의생산과정에개입’은어떻게구현할수있을까? 스클라벤탄츠의멤버최정훈은이에대해다음과같이말한다.,
“저희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도시는 물리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죠. 악기를 연주한다거나 작곡을 한다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인간이 대리인 또는 하수인의 역할을 맡아만 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음악가가자신의생각을철저히배제하고대리인이되어연주를한다는것은어떤의미인지에대해최정훈은다음과같이본앨범타이틀과연결되는아이디어를구체화시키고있다.
“그런 맥락에서 음악가는 일종의 사제 혹은 무당이 된다고 봐야겠죠. 도시에게 음악적 의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우리의 언어로 전달해주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접신하듯이 도시의 의지를 온 몸으로 받아 연주를 하는 거죠. 제의적인 음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Urban Ritual이고요.”
3. 제의적 음악
그렇다면 제의적인 음악은 어떤 형식일까? 위에서 언급된 접신 혹은 빙의에서 하나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어떠한 공간에 빙의된다는 것은 그 공간을 조작하기를 멈춘다는 것을 뜻한다. 즉, 주어지는 환경과 제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가능한 연주를 한다는 것이다. 스클라벤탄츠의 두 멤버는 도시의 버려진 공간, 또는 순전히 기능적인 공간들을 찾아 그 장소에서 녹음을 해왔다. 때로는 발견된 오브제들을 즉석에서 활용하여 연주를 했고, 때로는 크고 작은 악기를 가져가기도 했다. 모든 연주는 즉흥적이었으며, 리허설 없이 한 번에 녹음을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해당 공간에서 주어지는 모든 소리를 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녹음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처럼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는 대신, 선택한 공간의 풍부한 소리들에 적응하고 그것들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과 유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필드 레코딩이 관찰자인 제3자의 입장에서 도시의 소리들을 녹음하는 데에 그친 반면, 스클라벤탄츠는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에 뛰어들어 도시의 음악적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현시키는 데에 집중한다.
스클라벤탄츠의 첫 앨범 녹음을 위해 선택된 장소는 서울 변두리의 폐쇄된 빗물 펌프장이었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새벽에 1시간이 넘도록 연주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처럼 제약이 심한 비음악적 공간을 선택함으로써 본인들에게 익숙했던 연주와 음악적 이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음악’을 버리고 순전히 기능적으로만 존재하는 도시 공간의 음악적 가능성을 탐구할 때 비로소 도시의 음악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체의 사전 협의나 리허설 없이 녹음을 진행하는 것은 자치 불협화음으로만 끝나버릴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끝으로 스클라벤탄츠 조용훈의다음 이야기를 통해 본 앨범의 대범함 혹은 무모함마저 엿볼 수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연주를 하는 거지만 서로의 느낌이나 생각이 같을 거라는 보장은 당연히 없죠. 게다가 저희가 녹음한 공간이 너무 어두워서 서로의 표정을 살필 수도 없었고요. 하지만 연주가 어떻게 전개되던,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4. 계획과 방향
SklavenTanz는 도시의 음악이라는 주제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의 형식과 주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유사한 결과물이 탄생하라는 법은 없다. 앨범발매후에도지속적으로서울의공간을찾아다니며연주하는현재의방식을그대로유지하며거대한도시에서만들어진소리를소재로새로운형식의곡들을만들어나갈예정이다.
“녹음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연주나 곡구성 등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좀 더 거칠고 극단적인 사운드에 도전하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이제 갓 시작한 프로젝트니까요. ”
*SklavenTanz는?
스클라벤탄츠(SklavenTanz)는 “Slave Dance”라는 의미의 독일어로 조용훈(Dydsu)과 최정훈의 2인조 실험 음악 프로젝트. 2011년 초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2011년 8월 컬리솔 레코드(Curly Sol Records)에서 첫 앨범 [Urban Ritual]을 발매하였다.
More Info
http://soundcloud.com/sklaventanz
http://sklaventanz.tumblr.com/
Contact
sklaventanz@gmail.com
* Curly Sol Records는?
컬리솔 레코즈(Curly Sol Records)는 2004년부터 홍대를 중심으로 주요 궤적을 쫓아왔던 아워타운(Ourtown239)의 멤버에 의해 파생되어 레이블의 모습을 갖추고출발했다.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음악의 형태에 주목하고 있다.또한 레이블로써 단순히 앨범을 제작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인디 레이블의음반을 직접 수입하며 아티스트 간의 교류, 다양한 음악에 대한 소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2010년 8월에 Mimyo(음악)와 Miju(드로잉)의 협업 작업인 [르 드브니르Le Devenir] (CS-01)을 시작으로 2011년 8월 스클라벤탄츠의 [Urban Ritual](CS-02)를 발매하였다.2011년 가을 Mookou의 팝 솔로 앨범, Mimyo의 기타 팝앨범등의 작품을 연이어 내놓을 예정이다.2011년 4월에는 “카페 컬리솔”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시작하여 직접 발매한 앨범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입 앨범의 구입 및 정보 교환의 장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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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urlysol.com/search/label/SklavenTa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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