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권진원이 우리의 엄마들에게 띄우는 노래 편지. 한 시대를 위로했던 가곡, 가요, 동요들 현대적으로 재해석
엄마는 괴로울 때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하숙생)”라며 인생의 덧없음에 마음을 기댔다. 그러면 고통은 조금 견딜만한 것이 됐다. 엄마에게도 왜 뜨거운 연정이 없었겠는가. “맘과 맘이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동심초)” 사랑의 비극성에 몰래 가슴을 쳤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 외롭고 지쳐 “엄마 품이 그리워, 마루 끝에 나와 별만 헤는(가을밤)” 밤이 많았다..
조용히 귀 기울이면 들린다. 지친 엄마의 가슴 속에 봄 햇살처럼 번져가던 아름다운 노래들이. 세월에 밀려 엄마는 멀리 떠났어도 노래는 남았다. 그 노래 안에 엄마가 있다.
그 노래들을 가수 권진원이 2016년 새롭게 호출했다. 지난 시절 고단했던 우리 엄마들의 삶을 위로한 가곡, 가요, 동요의 명곡들을 현대적 사운드로 재해석한 새 앨범 ‘엄마의 노래’를 발표했다.
앨범엔 ‘동심초’ ‘사공의 노래’ 등 가곡의 고전과, ‘하숙생’ ‘세노야’ ‘보슬비 오는 거리’와 같은 가요의 명곡들, 그리고 동요 ‘가을밤’ ‘엄마야 누나야’ ‘고향의 봄’ 등이 실려있다. 이번 앨범은 궁핍했던 지난 시대, 희생과 헌신을 기꺼이 자기 것으로 수락해온 모든 엄마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지막 트랙으로 앨범과 동명의 헌정곡 ‘엄마의 노래’를 권진원이 직접 만들어 불렀다. 수록곡들은 따뜻하면서도 경건하고, 슬프면서도 충만하다.
이번 앨범은 노래에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 드럼을 뺀 단출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음악적 통일감을 부여했다. 악기 구성은 단출한 대신 노래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기복은 꽤 크다. 비감한 스트링 사운드 위로 펼쳐지는 ‘동심초’처럼 격정적 트랙이 있는가 하면, ‘엄마야 누나야’처럼 극히 절제된 미니멀한 트랙도 있다. 앨범의 타이틀 곡 ‘하숙생’의 사운드는 여유롭고 따뜻하며, 노래는 더없이 담담하다.
앨범 프로듀싱은 권진원의 오랜 음악 동반자인 피아니스트 박만희가 맡았다. 연주는 박만희를비롯해 황이현(기타), 조용원(베이스), 정태호(아코디온), 배선용(플루겔 혼) 등 재즈와 팝을 오가며 활동하는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해 특별한 사운드를 빚어냈다. 앨범 사운드의 현대적 질감을 높이기 위해, 마스터링은 현재 음악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뮤지션 겸 엔지니어인 ‘아스트로 비츠(bk! of Astro Bits)’가 맡았다.
권진원이 리메이크 음반을 발표한 것은 지난 85년 데뷔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세월이 층층이 내려 앉은 보석 같은 노래들이 권진원의 목소리에 힘입어, 풍요로운 현재성을 얻었다. 권진원은 이번 앨범을 통해 그가 손꼽히는 싱어송라이터이기 이전에 뛰어난 가수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권진원이 지난 2014년 발표한 국악 프로젝트 앨범 ‘만남’이후 2년만이다. 기성 세대에겐 추억과 향수를 선물하고, 젊은 세대에겐 새로운 음악적 발견을 하게 해줄 것이다.
오늘 밤, 엄마의 노래들을 조용히 따라 불러보자. 엄마의 물기 어린 가슴이 내 가슴으로 번져오면, 생은 다시 반짝이며 어디론가 흘러갈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