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공업사' [고여있던 시간]
자신들의 앨범 따위는 사람들이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장담하며 시작한 '형제공업사'의 앨범 활동이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정상적이라면 그 동안의 앨범들이 쌓여가는 만큼이나 이들에게는 부와 인기가 차곡차곡 축적되어야 하겠지만 비정상적으로 지금도 역시 가난과 씨름 중이다. 하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처럼 어딘가에는 꼭 필요한 똥이 되자는 정신으로 이번 앨범을 준비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좀더 단단한 똥 같은 음악을 오랜 시간 동안 길게 뽑아주길 기대한다.
"그 날처럼 비가 내리면" - 당신은 비가 오는 날이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가? 혹시 이별한 사람과의 수많은 추억들 사이에서 헤엄치며 물장구 치고 있거나 여기저기 마음속 흉터 부위를 벅벅 긁어대고 있지는 않던가? 그럴 때마다 그럴듯한 배경음악이 필요했던 분들은 이 곡을 기억하기 바란다. 힘없는 피아노 연주가 먼저 마음에 마취 주사를 한방 놔주고 난 후, 이어서 바이올린이 대수술을 시작한다. 하지만 마취가 풀리면 역시 많이 아프다.
"고여있던 시간" - 정해져 있는 대답을 들으려는 사람과 대답하지 않음으로 결정하지 않는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 짜장이냐 짬뽕이냐 같은 별 것 아닌 일로 고민하듯 사람들은 언제나 한쪽을 결정짓기 위해 고민하고 다툰다. 싸우지 말자. 그냥 사이 좋게 치킨을 먹자. 아무튼 이 곡에서는 그 동안 잔잔한 음악을 주로 선보여왔던 것과는 달리 보기 드물게 펑키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더욱이 논산의 아들로 불리는 색소폰 천종성의 연주는 마치 밍밍한 김치찌개에 라면 스프 한 봉지를 그대로 부어버린 듯한 강렬한 느낌을 준다. 자극적인 이들의 연주와 하나가 되어 노래하고 있는 보컬 또한 국물에 잔뜩 적신 한 올의 라면 사리 면발처럼 실로 절묘하다. 아, 입안에 침이 고인다. [고여있는 시간].
+ 기다리던 나, Acrylic, oil pastel on canvas (25 x 40cm)
밤의 네온사인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릴 적 밤늦게 가게를 운영하시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창 밖으로 빛나는 간판들을 바라보면, 그 안은 나와 다른 어떠한 감정으로 가득 차있을까 궁금했다. '형제공업사'의 [고여있던 시간] 앨범의 삽입곡을 들으며 생각난 건 애정을 갈구하는 어떤 사람의 목소리였는데, 그 모습이 부모님이 오시길 기다리며 네온사인을 바라보던 시간의 감정들과 비슷했다. 그리고 그저 지나쳐버리는 많은 시간들 속에 잠겨 생각하는 것이 어떤 것을 갈구하는 감정들을 해소하는 방법이 되곤 한다. - by 'Pals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