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엘(Ra.L)의 미니앨범 [A]
라엘의 목소리는 악기다. 작은 체구에서 뽑아내는 탄식 같은 소리에서부터 긴 호흡으로 굵고 둔중하게 몰아 내지르는 음성까지. 다양한 음색을 대할 때마다 듣는 이는 그녀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를 세우고 가슴으로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싱그러운 아침에 드리운 신선한 안개 같은 곡들은 듣는 이의 감성을 그녀가 이끄는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다.
라엘의 음악은 듣는 이의 가슴을 충분히 어루만져주는 자연친화적이며 치유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어쿠스틱 코드를 기반으로 한 앨범의 곡들은 흐트러진 것 같지만 잘 들어보면 상당히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다. 마치 자유롭게 자라나는 나무들을 먼 곳에서 바라보았을 때 큰 숲처럼 보이는 느낌. 자작곡인 [Take It Slow] 준비할 시간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어른이 되어버리는 슬픔을 그린 곡이다. [No(집에 갈 생각이 없어)]는 새롭게 믹스와 리마스터링 되어 그녀의 자연스러운 음성을 더욱 섬세하게 느껴볼 수 있다.
사라 바렐리스(Sara Bareilles)의 곡을 그녀만의 어쿠스틱으로 재해석한 [Brave]는 원곡이 좀 활기찬 용기에 관해 설파했다면 라엘은 많이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속삭이듯 위무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딛고 일어나라 말하는 것 같다. [좋겠다i Hope]는 기존에 피아노버전으로 싱글앨범을 발표한 곳이지만 이번에는 밴드버전으로 재 편곡되어 음반에 실렸다.
[I Hope]은 라엘이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써내려간 곡으로 소중한 이들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치유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미니앨범 제목인 [A]처럼 이제부터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해주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