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P Vol.3 공장소녀 [Double Face]
두 얼굴의 랩퍼, '공장소녀'. 매번 아티스트와 레이블의 콜라보 방식으로 독특한 색깔을 지닌 싱글을 선보여왔던 TMP는 지난 2013년 12월 그 세번째 시리즈로 강력하고 거침없는 독설을 뿜어내는 작고 귀여운 여성 랩퍼, '공장소녀'의 싱글 [Boring LIFE feat. 고릴라덩크]를 발표한 바 있다. 아직도 남성들의 전유물, 혹은 '여성'이라는 희소성과 '선정적'인 외모로 포장된 무늬만 힙합인 걸그룹 댄스곡들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힙합계에서 오직 실력과 음악성만으로 승부를 건 공장소녀의 첫 싱글은, 완성도 높은 음악과 완벽한 랩메이킹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제 '소녀'와 '야수' 두 얼굴의 랩퍼, 공장소녀의 첫 번째 EP를 만난다.
'공장소녀'의 첫 번째 EP. 이제 겨우 한 개의 싱글을 발매한 이력이 전부인 '공장소녀'는 프로필란에 적어넣을 경력 한 줄 없는 그야말로 신인 중의 신인이다. 전문적인 음악 공부라고는 대학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것이 전부이지만 그나마도 현재 휴학 중이다. 그러나 힙합 음악과 랩에 빠져 홀로 지내온 수 년간의 2013 시간은 지난 년 힙합 전문 레이블로 주목 받고 있는 TMP와 만나 발표한 싱글 [Boring LIFE feat. 고릴라덩크]를 통해 헛되이 보낸 시간이 아님을 증명해보였다. 또한 강력한 비트의 힙합과 독설이 담긴 랩을 할거라고 여겨지지 않는 작고 귀여운 외모와 음악이 만들어내는 이질감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같은 TMP레이블의 션엘(Sean L)이 발표했던 ‘몽중인’의 뮤직비디오에서 '알버트'역으로 등장하여 짧게나마 모습을 드러냈던 공장소녀는 ‘봉봉’의 피처링으로 들려준 랩을 통해 이러한 신비로움을 잘 드러냈다. 이번에 발표되는 '공장소녀'의 첫 번째 EP는 총 여섯 곡의 신곡을 담고 있다. 디지털 음악 시장의 관행상 타이틀 곡의 반주곡을 한 두 곡씩 채워 넣거나 발표되었던 곡을 편곡한 리믹스 트랙을 추가하여 곡수를 채우지 않고 오직 새롭게 제작한 6곡의 신곡으로 꽉 채워진 '공장소녀'의 EP는 정규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심혈을 기울인 앨범이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은 케이넌은 이승철 황제밴드 출신으로 나몰라 패밀리, 파스칼 등의 작곡가이자 음악 레이블 노블 사운드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지난번 공장소녀의 싱글을 통해 맺은 인연으로 이번에도 EP 앨범의 프로듀서를 자처하였다. 그리고 MC스나이퍼의 앨범에 피처링 보컬과 랩퍼로 각각 참여했던 AG성은과 브라운 슈가의 참여와 DJ 비버의 스크래칭 같은 TMP 레이블의 션엘의 지원 등 앨범 속 다양한 피처링 아티스트들의 면면으로만 봐도 앨범의 구성이 다채롭다. 특히 이번에는 공장소녀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모든 곡에 들어가는 어쿠스틱 기타를 직접 연주하였다. 이로써 '기타를 연주하는 랩퍼'라는 타이틀도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다. 앨범의 총제작지휘는 TMP 레이블의 대표 프로듀서 TJ.Kirk이 맡았고, 앨범 디렉터는 고릴라덩크가 맡아 TMP만의 독특한 시리즈 구성을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녹음에서부터 믹싱까지 모든 부분이 디지털 방식으로 진행되는 요즘의 일반적인 제작 방식을 벗어나,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릴테잎 머신을 이용하여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녹음과 믹싱을 진행하였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릴테잎 특유의 풍부하고 펀치감있는 사운드 때문에 힙합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여전히 애용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건상 거의 시도되지 못하고 있는 방식이다. 흔치 않은 방식으로 제작된 공장소녀의 EP는 사운드적으로도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공장소녀' EP 트랙리스트
01. "Let's Keep On" (feat. 레드페이스)는 펑키 기반의 락 스타일 곡으로 공장소녀 EP의 서막을 여는 신나는 곡이다. 공장소녀와 함께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리메이크 했던 레드페이스가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했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DJ 비버가 스크레칭도 선보인다.
02. "훼상" (feat. 브라운슈가, AG성은)은 헤어진 연인이 서로 잊지 못하고 아파하고 있는 걸 표현하는 얼반힙합(Urban Hip-Hop) 곡으로 지난 싱글 앨범 "boring life"의 작곡자인 슈팅스타(Shooting Star)가 또 다시 작곡했다. 피처링에는 배치기, 엠씨스나이퍼의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AG성은과 아웃사이더, 엠씨 스나이퍼 앨범에 작곡가 겸 랩퍼로 활동하고 있는 스웨거의 브라운 슈가가 참여하여 곡의 애절함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켰다.
03. "더 고스트" (feat. 우일)는 요즘 들어 심각해지는 현실도피증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펑키 곡으로써 재미있는 가사와 70-80 년대를 느낄 수 있는 브라스와 스트링 사운드가 매력있는 곡이다. 작곡가는 핑클, 빅뱅 앨범에 참여한 공장장의 곡으로, 피쳐링에는 그룹 5tion의 메인보컬에서 솔로로 변신한 우일이 참여해 주었다. 우일 역시 최근 세 번째 솔로앨범을 발매하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공장소녀의 보이스에 반해 자발적으로 콜라보를 요청하여 성사되었다.
04. "아무렇지도 않게" (feat. 케이넌) 는 프로듀서를 맡고 있으며, 이승철 황제밴드 출신이고, 나몰라패밀리, 파스칼 작곡가 겸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노블사운즈 대표이기도 한 케이넌이 곡을 선사하고 피쳐링으로 참여하였다. 짓누르고 있는 삶의 무게에 힘들어 찾아간 곳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난다는 이야기로써 말하는 듯 흘러가는 랩핑이 인상적인 곡이다.
05. "순대렐라" (feat. 션엘) 는 레트로풍의 랩곡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된장녀가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디스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작곡가 이태섭에 곡으로 특별히 공장소녀 스타일 맞춰서 작업한 곡이라 할 수 있다. 피쳐링에는 같은 소속사 뮤지션인 션엘이 참여하여 그 익살스러움을 더욱더 잘 표현하였다.
06. "탑클래스"는 미디엄 템포의 탑클래스는 독한 랩에서 잠시 벗어나 사랑의 설레임을 풋풋한 감성에 담아 표현한 곡이다. 노래 전체에 깔려있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통해 공장소녀의 기타 실력도 들어볼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