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우리의 시간]
음악계가 유례없을 정도로 불황이라는 요즘에도 곡들은 매일 쏟아져 나온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서부터 어쿠스틱 사운드까지 다양한 리듬과 박자의 곡들이 쏟아져 나옴에도 대부분의 곡들에서 기청감을 지울 수 없는 건 아무래도 서사의 빈곤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발표되는 무수히 많은 곡들 중에서 독창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양질의 가사를 찾기 힘든 것이 요즘의 세태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선인장'의 새 싱글 [우리의 시간]은 확실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 곡이다. 칠월 칠석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이 곡은 그 자체로 이미 풍성한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신화나 민담, 성서 등 다양한 거대 서사들이 영화나 소설, 그림과 음악 등의 뿌리가 되어주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새로운 창작물의 서사적 깊이를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을뿐더러 클래식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이차적 의미까지 얻어낼 수 있는 안정된 창작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안정된 방식이라고 해서 결코 쉬운 방식은 아니다. 클래식의 안일한 차용은 새로움보다는 클리셰 덩어리로 전락할 위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인데, 비유하자면 '복어'와 같이 독이 들어 다루긴 어렵지만, 훌륭한 요리 재료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차원에서 [우리의 시간]은 과하지도, 미진하지도 않은 현재의 '선인장'이 보여줄 수 있는 '정도'를 지켜낸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행간의 풍부한 이야기를 거느리고 있는 가사는 청자에게 큰 즐거움을 주며, 견우와 직녀를 그녀들의 감수성으로 해석한 부분도 전반적인 곡의 정조와 어울리며 설득력을 갖는다. 거기에 가사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현악 편곡은 곡의 분위기를 한껏 돋아주며 한 편의 애절한 로맨스를 그려내는데 일조한다.
'선인장'은 아직 앳된 얼굴의 소녀 같은 외양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와 곡의 울림은 이미 동년배들에게서는 쉽사리 느껴지기 힘든 성숙한 여성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곡에서도 과잉되거나 치우치지 않고, 차분하게 절정의 순간을 그려내는 절제된 성숙미가 돋보인다. 자신들의 짧았던 한순간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사는 연인의 플라토닉한 사랑으로 다시 태어난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 "우리의 시간"은 '선인장'이 좋은 가수이자, 훌륭한 스토리텔러임을 보여주는 곡이다. (밴드 '위버멘쉬' '신동호')
Produced by 김홍준 of 흔적
Writing and Composing songs 한지수 of 선인장
Arranged by 김홍준 of 흔적
Piano 박승미 of 선인장
Violin 김상은
Cello 이은홍
Mixed by 김홍준 of 흔적
Mastered by 신재민 at 필로스 플레닛
Art Directed & Design 박지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