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3rd EP [Slow Dance]
“이 앨범은 여러 형태의 느림에 대해 노래합니다. 망각이나 관계의 느림, 어떠한 선율의 반복을 통한 느림의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사운드는 전반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를 기반으로, 왼쪽에는 바이올린을, 오른쪽에는 첼로를 한 대씩 두었습니다.” - 한희정
싱어송라이터 한희정이 17일 EP [Slow Dance]를 발매한다. 2009년 발매한 [끈], 2010년 발매된 [잔혹한 여행] 이후 선보이는 세 번째 EP 앨범이다.
‘푸른새벽’ ‘더더’ 이후 2008년 발표한 정규 1집 [너의 다큐멘트]를 시작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한희정은 이후 2009년 첫 EP [끈], 2010년 두 번째 EP [잔혹한 여행], 2013년 정규 2집 [날마다 타인] 앨범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한희정의 표현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숨 고르기 같은 앨범’이다. 편한 사운드의 트랙들로 채워진 [Slow Dance]는 느릿한 춤처럼 여유 있는 호흡으로 청자에게 다가간다.
앨범의 주제는 ‘느림’. 망각이나 관계의 느림을 선율의 반복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외에도 바이올린과 첼로 등 현악 선율이 각각 하나의 악기처럼 고유한 제 목소리로 오롯이 담겨 서정의 테두리 안에서 조금 더 넓어진 사운드의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다.
서늘한 가을의 정취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한희정의 이번 앨범은 느린 몸짓과 속도로 서서히 청자를 압도해온다. 그저 하염없이 틀어놓을 수밖에 없는, 선뜻 정지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지는 이번 앨범은 올 가을 당신의 귓가에 가장 오래도록 머무를 앨범이 될 것이다.
Track Comments from 한희정
1. Slow Dance
발라드를 만든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궁금해하며 만들기 시작한 곡입니다.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가 시작되면 묵직한 드럼이 흐름을 받쳐줍니다. 보컬은 처연한 멜로디로 느린 망각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 가능한 일
짝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상대에게 어떠한 제안을 하는 곡입니다. 반복적인 피아노 선율과 뚝뚝 끊어지는 비트의 드럼이 이 곡의 핵심입니다. 보컬은 뜻 없는 멜로디를 무심코 던지듯 노래하지만 처절할 따름이고, 양 옆의 현악기는 그 처절함의 그림자처럼 보컬의 뒤를 따라옵니다.
3. 그녀와 나
‘Slow Dance’가 망각의 느림을 노래한다면 ‘그녀와 나’는 관계의 느림을 노래합니다. 마치 형제처럼 곡의 구성이나 분위기를 비슷하게 배치하였습니다. 처음 본 그녀로부터 오래 전의 고통을 떠올리고, 그 고통을 안겨준 사람에게 증오를 토해내지만 곡의 분위기는 따뜻합니다. 어떠한 관계는 신물 나도록 느리게 반복되고 그로 인한 고통은 부질없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4. 순전한 사랑 노래
‘순전한 사랑 노래’ 는 순전히 사랑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사랑을 속삭여놓고 약속도 지키지 않는 뻔뻔한 님을 노래합니다. 보사노바 풍의 따뜻한 사운드를 기조로 하는 이 곡은 간주에서 템포가 급격히 빨라집니다. 그때만큼은 느린 춤이 아닌 빠른 춤을 추시길 바랍니다.
5. 오래오래
‘오래오래’ 는 어쩌다가 같이 살게 된 고양이를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의 단출한 구성에 오르간을 살짝 올렸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분들이라면 이 청승맞은 분위기를 이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노래 만들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 ....